글로벌 사회적기업 꿈꾸는 ‘더브릿지’, 투자와 기부 결합… 제 3세계 자립 돕는다

입력 2014-04-28 02:16 수정 2014-04-29 10:17


사회적기업과 NGO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모임이 탄생했다.

지난 17일 서울 성수동 성락성결교회에서 창립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더브릿지(The Bridge)’는 글로벌 사회적기업을 자처하고 있다. 비즈니스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제3세계 사람들의 자립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구성원들도 젊다. 황진솔 대표는 올해 35세다. 경영컨설턴트 출신인 그는 한동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학교를 다닐 때 제3세계에서 온 친구들이 만났어요. 매년 50여명이 입학해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한국에서 배운 것을 고국에 가서 잘 활용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졸업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면서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정책학 석사과정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6월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모여 더브릿지 설립을 준비해왔다.

황 대표는 “많은 분들이 좀 더 경륜을 쌓은 뒤 시작하라고 만류했다”며 “하지만 세상의 기준에 따른 사업의 성공여부를 떠나 사회혁신의 과정으로써 사업 방향성에 대한 분명한 확신때문에 쉽지 않은 첫 걸음을 디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브릿지는 투자와 기부를 결합했다. 홈페이지(www.thebridgetogether.com

)에 들어가면 더브릿지와 연결된 제3세계의 비즈니스 아이템이 주루룩 소개돼 있다. 캄보디아에 태양열 발전시설을 보급하는데 투자할수도 있고, 미얀마의 공정무역 카페를 도와줄수도 있다. 케냐의 젊은 창업자들도 자금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에서 하나를 골라 기부를 하면, 더브릿지는 제3세계의 사업가들에게 돈과 함께 경영컨설팅을 제공한다.

“기존의 NGO나 사회적 기업과 다른 점은 저희 홈페이지를 통해 모금된 돈은 한 푼도 빠지지 않고 100% 현지에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개발도상국 현지인의 자립이 성공한 이후에만 더브릿지 수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진정한 상생과 공존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재무적 수익과 함께 사회적 가치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방식을 ‘임팩트 투자’라고 한다. 하지만 더브릿지는 자신들의 활동이 재무적 수익보다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시 한다는 의미에서 ‘임팩트 기부’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사업에 성공한다고 해서 자금을 돌려 받는 것이 아니라, 절반만 회수해 다시 새로운 소액 창업자를 돕는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자립시, 기부한 분들에게 현금을 돌려드리는 대신 포인트를 제공해서 다른 사업에 재기부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 플렛폼을 구현했습니다. 임팩트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활용되어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꿔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게 됩니다.”

기부자들에게는 제3세계 비즈니스의 경영 실적만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고 변화가 이뤄졌는지까지 전달한다.

기존의 기부와 방식과 다른 모델을 만든 이유는 “한쪽이 도움을 주고 상대방은 받기만 하는 시혜적인 관계나 수직적인 기부 행태를 넘어서서 누군가의 잠재적 가치가 반영된 균형있고 수평적인 기부문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서울 명동의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도 대부분 무급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환수된 투자금의 일부를 적립하고, 세계시민교육을 실시하면서 조직을 유지해간다는 구상이다. 황 대표가 건넨 더브릿지의 팜플렛에는 ‘기부에 새로움을 더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더브릿지는 정부나 기관이 아닌 시민주도의 국제개발협력을 꿈꾸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뜻이 모여 종자돈이 되고, 그 뜻과 돈이 계속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선한 자본의 새로운 물결, 지켜봐주세요!”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