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안산제일교회 고등부 예배 스케치
입력 2014-04-27 17:27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두 번째 주일을 맞은 안산제일교회(고훈 목사) 고등부 학생들의 예배에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이 교회는 교인의 직계자녀를 포함해 모두 8명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망 혹은 실종된 상태입니다.
예배를 20분 앞 둔 시간, 예배당 앞에서 안내를 맡은 학생들은 애써 밝은 목소리로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친구들을 맞이했지만 예배당 안은 고요한 편이었습니다.
예배 시작 10분 전, 찬양팀 ‘해피소울’이 강단에 섰습니다. 보통 학생들의 눈높이 맞처 화려하고 빠른 찬양을 부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날은 ‘주 예수보다 귀한 것은 없네’ ‘주 없이 살 수 없네’ 등 그리스도의 구원과 사랑, 소망을 주제로 한 느린 곡들만 불려졌습니다.
인도자 옆 강단의 오른쪽에 마련된 코러스석이 유난히 휑해 보였습니다. 이 자리는 부활절 직전까지 매주 조모(17)양이 서 있던 자리입니다. 조양의 빈자리를 친구와 선·후배들이 메웠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은 채 찬양을 불렀습니다.
설교 전 강단에 올랐던 고등부 코람데오 성가대의 찬송도 무겁고 진중했습니다. 이 성가대는 현재 실종 상태인 홍모(17)군이 섬기던 부서였기 때문입니다. 성가대가 부른 찬송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름다운 화음을 이뤘지만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교회 고등부 교역자는 “아이들이 피해 학생을 떠올리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하고 울먹인다”며 “소중한 학생들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이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습니다.
지난해 조양을 가르쳤던 교회학교 교사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어 해 이번에 핸드폰을 바꾸면서 이전에 사용하던 핸드폰을 포장해 놓았는데, 결국 전해줄 수 없게 됐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지난 1년여 간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믿음 생활을 해 왔던 조양과 홍군의 친구들은 아직 친구들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 했습니다.
안산=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