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환자, 골유합 막는 담배부터 끊어라
입력 2014-04-28 02:21
대구산재병원 김영범 과장에게 듣는 골절시 담배의 해악
고용노동부가 밝힌 ‘2013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사고로 인한 재해자수는 2012년 8만4784명에서 지난해 8만4197명으로 587명 감소했다. 이 가운데 질병으로 인한 재해자수는 같은 기간 7472명에서 7627명으로 155명 증가했다. 이중 79%가 골절 부상 등 근·골격계 질환자다. 이들 골절 부상자들이 조기 치료를 위해 꼭 지켜야 할 금기사항이 있다. 바로 금연 실천이다. 흡연이 골절 부상 후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맞아 근로복지공단 대구산재병원 재활의학과 김영범 과장의 도움말로 담배가 근로자의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과 금연 실천의 중요함에 대해 알아봤다.
골절 부상이 발생했을 경우 수술을 하지 않고 깁스나 보조기를 사용하여 뼈를 고정하든지, 아니면 수술로 뼈를 정렬시킨 후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
이 때 부러진 뼈가 가급적 빨리, 잘 붙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비타민과 미네랄, 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하면서 골유합(뼈가 붙는 것) 방해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골유합을 방해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흡연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로자들의 관심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 과장은 “산업재해로 골절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보면 다소 고된 일 때문인지, 뼈를 붙이는 접합수술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흡연은 근로자의 건강에 백해무익한 행위다. 특히 골절 부상 근로자의 경우 금연 실천이 필수적이다. 흡연이 뼈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큰 탓이다.
담배는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 4000여 가지의 유해물질을 갖고 있다. 특히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적혈구로 가야 할 산소의 양을 적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이는 곧 우리 몸의 뼈와 연부조직에 허혈성 변화를 일으키고, 골절 부상자의 뼈 치유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
흡연이 골절로 인한 합병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하버뷰 메디컬센터 스포츠의학과 존 에이 스콜라로(John A. Scolaro) 교수팀이 미국 정형외과학지 ‘더 저널 오브 본 앤드 조인트 서저리’에 발표한 논문이 그것이다.
스콜라로 교수팀은 산업재해로 골절부상을 입은 근로자들을 흡연자와 비(非)흡연자 그룹으로 나눠 뼈 접합수술 후 경과를 관찰하며 비교했다. 그 결과 산업재해 중 가장 흔한 골절 중 하나인 정강이뼈 골절의 경우, 충분한 고정기간을 거쳐도 뼈가 잘 붙지 않는 비율이 흡연자 그룹은 18%에 달한 반면 비흡연자 그룹은 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도 뼈가 붙지 않는 불유합 환자가 흡연자 그룹에서 2.6배나 더 많이 발생한 셈이다.
골절 치료 시 불유합이 발생하면 재수술이 불가피하다. 연구결과 흡연은 일단 뼈가 잘 붙었다고 해도 뼈가 붙는 시간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비흡연자는 수술 후 평균 6개월 정도면 뼈가 완전히 붙어 낫게 되지만, 흡연자의 경우엔 그 시간이 평균 8개월로 비흡연자에 비해 약 두 달 정도 더 걸렸다. 근로자가 담배를 피우면 골절 부상 시 뼈가 다시 붙는데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경우보다 치유기간이 두 달 정도 더 걸리고, 그나마 뼈가 잘 붙지 않을 위험성도 배 이상 높아진다는 얘기다.
김 과장은 “담배를 피우면 뼈뿐만 아니라, 재해 현장에서 외상으로 찢어진 상처나 수술로 인한 상처 회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상처가 덧날 위험도 배 이상 높아지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사고를 계기로 금연을 실천할 경우, 골절 부상에서의 조기 회복은 물론 향후 흡연으로 인한 발암 가능성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