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김상중의 눈물’ ‘이경규의 골프’… 애도는 말보다 진정성이 중요
입력 2014-04-28 02:08
[친절한 쿡기자]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49)씨는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사고를 다룬 지난 26일 밤 방송에서 클로징을 앞두고 울먹였습니다.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 마지막 30여초 동안 감정에 북받친 김씨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목소리는 먹먹하게 메여 갈라졌습니다. 클로징 멘트는 길지 않았지만 김씨는 어느 때보다 어렵게 입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 차디찬 바다 밑에서 어른들의 말을 믿고 구해주길 기다렸을 아이들과 아직 그날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생존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죄송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김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어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짧은 마지막 말로 희생자를 애도하고 흰 국화를 놓은 탁자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울었습니다. 2008년부터 5년 넘게 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단호한 어조와 매정한 표정으로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낸 김씨와는 다른 모습이었죠.
반응은 곧바로 나왔습니다. 27일 SNS에는 “김씨가 미안하다고 말한 순간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열 마디의 말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 한 방울의 눈물이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6.5%(닐슨코리아 기준)였습니다. 토요일 심야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국민적인 반향을 이끌어내기엔 조금 부족한 시청률입니다. 김씨의 눈물이 세월호와 진도관제센터의 교신내용 조작 의혹 등 이 프로그램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주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다른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사고 관련 소식을 다루면서 눈물을 흘린 방송인이 많습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9’을 진행하는 손석희(58) 앵커가 대표적입니다. 손 앵커는 지난 21일 방송을 앞두고 딸의 시신을 발견해 예정됐던 전화 인터뷰를 취소한 실종자 가족의 소식을 전하면서 울먹였습니다. 간판 뉴스를 맡은 그 방송사의 얼굴이지만 돌발 상황으로 생긴 방송의 공백보다 피해자의 비극을 슬퍼한 손 앵커에게 시청자들은 호응했습니다.
슬픔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경기장에서 관중의 뱃노래를 유도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이나 애도기간이라며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의 취소를 돌연 결정한 경기도 고양시, 골프 회동을 들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개그맨 이경규(54)씨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반박 여론도 동시에 나온 이유입니다.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말은 언론이나 SNS를 통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진정성을 담지 않으면 피해자와 함께 눈물을 흘릴 수도, 슬픔을 공감할 수도 없을 겁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