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수색·인양으로의 전환 논의 필요하다

입력 2014-04-28 02:21

최근 들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구조·수색 작업이 뚜렷한 진전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차례 거론됐지만 사고 현장의 거센 조류와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시정(視程) 등이 구조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다. 당국이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구조·수색작업 방향의 전환을 모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왼쪽으로 90도가량 누운 채 일부가 바닥에 닿아 있고, 오른쪽은 수면과 거의 평행 상태로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의 물 속 위치가 구조·수색작업을 방해하고 있다. 승객이 많이 몰려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좌현 쪽이 바닷속 가장 깊숙이 위치한 바람에 잠수사의 직접 진입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객실은 해저와 닿아 있는 곳으로 문이 나 있어 진입하기가 더욱 힘들다고 한다.

사고 지역에는 29일까지 비바람과 함께 파도가 높아 당분간 활발한 구조·수색은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덜란드와 일본의 구난 업체 전문가들이 세월호의 침몰 자세를 바꿔 구조·수색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제기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왼쪽으로 기운 선박을 바로 세울 경우 구조·수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는 현 단계의 구조·수색 작업이 수색·인양으로 전환한다는 데 대한 가족들의 동의다. 세월호의 자세를 바꾸는 과정에서 실종자들의 안위 등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선내 곳곳에 부풀어오른 카펫, 이불, 가구 등이 통로와 객실 등을 꽉 채워 구조대 진입이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선박을 바로 세워 수색 방법을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가족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구조·수색이 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국민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실종자 가족만큼 속이 타들어가는 사람이 또 있을까. 구조·수색작업을 수색·인양에 초점을 맞춰 전환을 모색하면서도 당국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가 더디면 더딜수록 가족은 물론 국민들의 고통의 크기도 비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상식과 합리의 관점에서 방향 전환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구조의 장기화는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할 뿐만 아니라 희생자 시신 유실 가능성을 높게 할 뿐이다. 따라서 당국은 기상악화 등 작업 여건을 핑계로 구조와 수색작업을 게을리 하지 말길 바란다. 그것이 실종자 가족들의 믿음을 사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희생자에 대한 가장 큰 속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다 효율적인 수색·구조 및 인양방안을 가족들과 꾸준히 협의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고 사태수습을 완벽하게 마무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