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 사표 조속히 수리하는 게 옳다

입력 2014-04-28 02:31

무능·무책임·복지부동의 관료들 대대적으로 손봐야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급기야 국무총리 사퇴라는 지점에 이르렀다.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사고의 초동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내각의 수장인 총리의 사의 표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정 총리의 결단은 복지부동의 관료사회를 일대 혁신하는 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견이 없는 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을 비판했다. 인명 구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총리가 홀로 사퇴를 선언한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내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데 총리가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는 반문도 했다. 정의당도 유사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 말대로 범정부적으로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을 지휘할 총리가 공석이라는 게 꺼림하다. 이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구조 작업이 완료된 뒤 경질해야 한다. 일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의는 수용하되 사표는 사고 수습 뒤에 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수리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정 총리는 공식적으로 사의를 밝힌 만큼 총리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다. 사퇴를 공언한 총리가 다시 사고 수습을 지휘한다 해도 제대로 영(令)이 서겠는가. 정 총리 본인에게도 부담이며, 모양새 역시 나쁘다. 정 총리의 회견을 계기로 정치적으로는 이미 총리 공백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가 개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사고 수습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개각할 때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각 개편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어수선한 상황들이 정리되면 인적 쇄신은 필수적이다. 그때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무한 책임의식을 갖고 대한민국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수습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 이를 위해 큰 폭의 개각을 시작으로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그릇된 인식과 관행 등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국민 안전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무능과 무책임, 부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공직사회를 그대로 놔둘 순 없다. 세월호 파장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면 개각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예전처럼 인사할 때 시간을 질질 끄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재연돼선 곤란하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통곡의 바다’를 넘어 새 출발을 모색하면서 6·4지방선거와 70%대에서 50%대로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 등 정치적 요인들은 고려 대상에서 배제했으면 좋겠다. 오로지 헝클어진 국가를 바로 세우고, 국민들의 상실감과 자괴감을 보듬는 데에 주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