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앞에 붙은 간절한 기도메시지 "세월호를 지상위로 끌어올려 주소서"
입력 2014-04-27 12:58 수정 2014-04-27 14:48
“하나님, 제발 구원의 손길로 세월호를 지상 위로 끌어올려 주시옵소서. 아님 그게 안 된다면 세월호 안에 물을 따뜻하게 바꾸어주시고 (…) 그 친구들이 춥지 않게 감싸주시옵소서.”
27일 경기도 안산 안산제일교회와 안산광림교회 등 단원고 인근의 교회에 설치된 임시 게시판에는 메모지에 쓴 ‘기도 편지’가 빽빽하게 붙어있다. 추가 구조 소식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무사생환을 기도하는 교회 친구들의 간절한 메시지는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내가 여태껏 못했던 연락 너 돌아오면 다 하려고. 하나님께서 내가 널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내게 고난을 주셨나봐.” “○○아 길에서 우연히 봤는데 많이 예뻐졌더라 그 모습으로 더 살아야 되지 않겠어? 조금만 더 버텨줘. 구하러 갈 거야 분명.”
생일을 하루 앞두고 숨진 것으로 알려진 단원고 2학년 정차웅(17)군을 비롯해 사망자로 확인되기 전 친구들에게 보내는 메모도 많다. “정차웅 오빠 뒤늦게 생일 축하해요! (…) 배 안에서 얼마나 추울지 배고플지 무서울지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그래도 견뎌내고 모두가 아니더라도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서로 붙잡은 손 끝까지 놓지 말고 악착같이 잡아서 웃으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해요.”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볼펜으로 꼭꼭 눌러 쓴 짧은 편지에서는 천국에서 안식하기를 바라는 진심이 묻어났다. “창현아, 같이 운동 끝나면 차에서 너 집 갈 때 우리가 창현아 잘가라고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갑작스럽게 떠나냐. 정말 슬프고 안타깝다. 천국에서도 항상 잘 지내고 편히 쉬기 바란다.”
“부디 천국으로 이끌어주시고, 가족들과 남아있는 이들을 하나님 붙잡아 주세요. 하나님 간절히 원합니다. 예배합니다. 찬양합니다. -안산제일교회 3학년9반 여학생.”
구조된 학생들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하는 내용의 메모도 있다. “우리는 너네가 살았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니까 자책하지 말고 너네도 같이 기도해줬으면 좋겠어. 고2 박○○.” “구조된 ○○○학생 마음이 안정되고 치유되게 해주세요. 이들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고, 평생 아픔에서 벗어나도록 지켜주세요.”
미숙한 초기 대응 등 인재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는 교회학교 교사들의 글도 눈에 띈다. “얘들아 보고 싶다 미안하다 용서해줘 어른들이 잘못해서 너희들을 희생시켰다. 부디 용서해줘라 사춘기라고 반항해라 미운짓도 하고 ‘샘 자장면 사줘요’라고 해 제발. 중등부샘.” 안산=글·사진 김경택 이사야 기자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