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선사에 침몰상황 알린 선장, 회사 지시만 기다렸다
입력 2014-04-26 03:26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이 지난 16일 오전 9시쯤 선사인 청해진해운 인천지사에 세월호 침몰 상황을 전화로 보고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청해진해운 측은 이 선장의 보고를 받고도 퇴선명령 등 특별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 선장의 진술과 휴대전화 통화 내역, 세월호 교신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사고 직후 이 선장이 청해진해운에 침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선장은 16일 오전 8시55분~9시쯤 청해진해운 안전관리 담당자에게 사고 사실을 보고하며 이후 조치를 협의했다. 안전관리 담당자는 운항 전반에 관해 선장과 협력해 여객 수송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운항 중인 선장은 비상시 안전관리 담당자와 통화하며 주요한 사항들을 논의하는 게 해운업계의 관행이다. 인천항 관계자는 “퇴선명령은 원칙적으로 선장이 내릴 수 있지만 관행상 상부 지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선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오전 9시10분쯤 자신의 상관인 안전관리 총괄 임원에게 침몰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 청해진해운 김한식(72) 사장도 거의 비슷한 시간 세월호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해진해운 측은 이 선장과 일부 승무원이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9시38분까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는 오전 9시7분부터 31분 동안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했으나 해경 등의 구조 여부만 집중 문의했을 뿐 퇴선명령이나 승객들의 상황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세월호는 9시25분 진도연안VTS 측이 “선장이 직접 판단해 인명을 탈출시키세요”라고 권고했으나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만 물었다. 합수부는 이 선장 등이 조타실에서 청해진해운 측 지침을 기다리다 세월호가 침몰 직전 상태에 빠지자 서둘러 빠져나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합수부는 안전관리 임원과 담당자 등을 수차례 소환해 정확한 이 선장의 보고 내용과 청해진해운 측의 대처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해진해운 측의 ‘부적절한 대응’이 사법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합수부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이 이 선장의 전화를 받았더라도 ‘승객을 내버려두라’는 정도의 지시가 없었다면 법적으로 기소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합수부는 대신 세월호 불법 구조 변경, 화물 불법 적재 등의 혐의로 청해진해운 간부들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법인 세창의 김현 변호사는 “선장이 ‘배를 버려야 할까요’라고 물었는데, 선주 측이 아무런 지시도 없었다면 이를 묵인했다고 볼 여지가 크고, 유기치사의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목포=문동성 기자, 인천=조성은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