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사이버 테러’ 대비… 美, 항공관제 해킹 방지 대책 골몰
입력 2014-04-26 03:36
미국 정부가 비행기와 항공관제 시스템에 대한 해킹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항공기가 비행 중 사이버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행기 납치나 추락 같은 참사가 벌어질 위험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FP는 “비행기 조종에 복잡한 컴퓨터 소프트웨어(SW)가 쓰이는 데다 각 항공기가 조만간 전산망에 연결될 예정이라 개인컴퓨터(PC)처럼 해킹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항공 보안은 그동안 승객을 가장한 테러리스트의 비행기 납치나 폭발물 은닉 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 들어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미 정부가 항공기 이착륙 대기 시간을 단축하고 운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새 관제 전산망인 ‘넥스트젠(NextGen)’을 추진하면서 해당 시스템에 대한 해킹이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텍사스대 연구진은 넥스트젠에 사용될 예정인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이 해킹에 취약해 외부 세력이 GPS 데이터를 조작하면 무인기 운항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실제 항공기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적도 있다. 1997년 3월 미국에 사는 한 10대 해커가 전화선을 타고 매사추세츠주(州) 우스터시 공항에 침투, 관제탑 전화와 무선 통신망 등을 6시간 동안 마비시켰다. 당시 공항 측은 휴대전화와 배터리 무전기로 비행기를 인도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미 연방교통안전국(TSA)은 국가정보국(NSA), 국가대테러센터, 보잉 등 민간 항공기 제조사와 손잡고 항공기 해킹을 방지하는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을 가동할 계획이다.
TSA는 이 해킹 방지 사업의 실행기관으로 메릴랜드주 포트미드에 새 ‘정보공유 및 분석 센터’를 지을 예정이라고 FP는 전했다. 이 시설은 외국의 사이버 공격 대응을 맡는 NSA 본부와 미국 사이버 사령부에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게 된다.
TSA 대변인은 “항공 보안과 정보 공유에 초점을 둔 시범 사업”이라고 말을 아꼈고, NSA 대변인도 “이번 사업의 세부 사안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논평을 거부했다고 FP는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