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고창환 세모 대표 소환… 유병언 일가 비자금 집중 추궁

입력 2014-04-26 03:08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25일 소환한 고창환(67) ㈜세모 대표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40년간 수행한 최측근이다. 유 전 회장 관련 기업의 임원급 인사 중 가장 먼저 소환됐다. 검찰 수사가 청해진해운이나 ㈜천해지 등 주변 계열사가 아닌 유 전 회장 일가 중심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다음 주부터 핵심 관련자들을 본격 소환하며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을 신속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고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고 대표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는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이사를 지냈다. 유 전 회장의 최측근 ‘7인방’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고 대표는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때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이 세월호 침몰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고 대표를 먼저 소환한 것은 수사가 세월호 관련 비리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 전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해 온 고 대표를 통해 유 전 회장 일가의 부동산 및 자금 흐름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유 전 회장 일가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대(일명 ‘세모타운’)에 수사관들을 보내 동향을 파악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고 대표를 상대로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 지시는 없었는지,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여부와 규모, 출처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복잡한 계열사 지분 구조 등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열사와 임원들의 계좌를 추적 중이다. 2009년 선령(船齡·배의 나이) 20년까지만 여객선으로 운항할 수 있게 제한돼 있던 해운법이 30년까지로 개정되는 과정에 유 전 회장과 측근들이 정·관계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고 대표 소환을 시작으로 핵심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와 장녀 섬나(48)씨에게는 29일까지 귀국해 조사를 받도록 통보했다. 검찰은 이들이 귀국하는 대로 유 전 회장 일가의 편법증여 의혹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냄에 따라 유 전 회장 소환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유 전 회장의 변호인은 “유 전 회장은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관련 회사들의 실소유주도 아니다”라며 “검찰 조사에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현재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금수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