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곤코리아, 유씨 가족·계열사 ‘자금 저수지’
입력 2014-04-26 02:27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대주주로 있는 건설업체 트라이곤코리아의 현금성 자산 114억원이 3년 새 증발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대외 매출이 전혀 없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돈을 빌려 계열사 투자를 계속 확대했다. 유 전 회장이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돈을 수혈해 유 전 회장 가족과 계열사들에 공급하는 ‘자금 저수지’ 역할을 한 셈이다. 검찰도 트라이곤코리아를 구원파 관련 회사들의 자금거래 창구로 지목하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 114억원 3년 만에 고갈=트라이곤코리아는 2011년도부터 외부 감사를 받았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 이전에 기독교복음침례회로부터 운영자금으로 281억원을 빌렸다. 구원파 측은 25일 “교회 신축을 위한 자금”이라면서도 “변명을 해봐야 설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도 258억원가량이 변제되지 않았다.
트라이곤코리아는 2010년 자체 재무제표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14억7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그런데 2011년 이 자산은 5억3000만원으로 20분의 1 토막이 난다. 2012년에는 3700만원으로 다시 급감하더니 지난해는 980만원까지 내려갔다. 100억대 회사 금고가 3년 만에 바닥난 것이다.
회사 자금 수십억원은 유 전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64) 대표와 동생 병호(61)씨,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대여됐다. 금액은 2011년 47억원에서 지난해 70억원으로 늘었다. 유 전 회장의 딸인 섬나(48)씨도 지난해 5억원을 빌려갔다. 트라이곤코리아는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분 투자도 꾸준히 늘려 지난해 말 현재 국제영상, 온지구, 금오산맥2000 등의 지분 4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구원파 자금이 트라이곤코리아를 경유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이다.
◇매출 없는 빈껍데기 회사=25일 찾아간 서울 용산구 국제영상 빌딩 3층의 트라이곤코리아 사무실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간판도 없고, 건물 우편함에 회사 이름도 표시돼 있지 않았다. 건물 관리인은 “3개월쯤 이사 올 때부터 간판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트라이곤코리아는 2002년 2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됐다. 당시 유 전 회장 차남 혁기(42)씨가 대표였지만 2007년 9월부터 권오균 대표로 변경됐다. 현재 장남 유대균씨(20%), 청해진해운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10.3%) 등이 대주주로 있다. 등기부등본에 나온 설립 목적은 당초 출판·인쇄업이었지만 권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주택건설, 분양대행 사업 등이 추가됐다. 검찰은 자금 관리를 용이하게 하려고 업종을 바꾼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트라이곤코리아는 2011년에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132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돼 있지만 거래 상대는 트라이곤코리아가 대주주(32.9%)로 있는 T부동산투자회사였다. 지난해는 다시 매출액이 ‘0원’으로 돌아갔다.
트라이곤코리아는 외부감사가 시작된 2011년부터 줄곧 자본잠식 상태였다. 2011년 총부채가 총자산을 58억원 초과했지만 지난해는 79억원으로 더 악화됐다. 감사보고서는 3년 연속으로 ‘존속 능력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4일 구원파 경리담당 직원을 불러 교단과 트라이곤코리아를 중심으로 한 관계사 간의 비정상적인 자금거래 내역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사의 금전거래 내용은 주요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박요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