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첫 신고 학생 부친 “어미·아비에겐 전화도 못하고…” 오열

입력 2014-04-26 04:28


“어미, 아비한테 전화할 새도 없이 신고를 하고 이렇게 돌아온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최초로 119에 신고한 단원고 2학년 최덕하(17)군의 입관식이 25일 오전 11시 안산 산재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최군의 아버지 최성웅(52)씨는 지난 22일까지 전남 진도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수습된 시신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오갔다.

목숨을 걸고 수색 작업을 벌이는 잠수사들을 찾아가 “남의 목숨을 담보로 죽은 자식을 찾기 싫다”고 말하고 아들을 바다에 묻기로 결심하려던 순간 아들의 시신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최군의 시신은 23일 4층 선미 부분에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최씨는 “바다를 보며 기도밖에 할 수 없는 한심한 현실에 화만 났는데 이렇게라도 (아들이) 돌아와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구명조끼라도 입었으면 가슴이 이렇게 아프진 않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군은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8시52분 배가 가라앉는 다급한 와중에도 휴대전화로 전남소방본부에 “배가 침몰한다”고 신고해 승객들이 구조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유족과 협의해 최군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는 분향소 설치 사흘째인 25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조문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유족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간간이 체육관 내 분향소를 가득 메웠다. 임시분향소 제단에는 전날까지 시신이 수습된 학생 85명과 교사 4명의 영정과 위패가 놓여 있었다.

23일 오전 9시 설치된 임시분향소에는 25일 밤늦게까지 모두 7만여명이 다녀갔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오전 8시55분쯤 분향소를 다녀갔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오전 9시쯤 조문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낮 12시부터 임시분향소에 새 추모 메시지 수신시스템을 마련해 운영에 들어갔다. 추모 메시지 수신번호는 ‘#1111’이다. 이 번호로 메시지를 보내면 분향소 내 대형 모니터에 실시간 추모글이 게시된다.

정부는 유족들이 단원고 희생자 모두를 한자리에서 추모할 수 있는 대형 분향소 설치를 원함에 따라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29일부터 이곳에서 조문객을 받기로 했다.

이날 하루 동안 단원고 학생 25명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 오전 5시부터 낮 12시까지 1~2시간 간격으로 김모군 등 4명, 안산장례식장에서 러시아 국적 학생 세르코프 빌라체슬라브 등 4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군자장례식장(3명) 동안산병원(1명) 사랑의병원(1명) 세화병원(1명) 안산단원병원(3명) 온누리병원(1명) 한도병원(3명) 한사랑병원(3명) 시흥센트럴병원(1명) 등 모두 11곳에서 발인식이 엄수됐다.

고대안산병원에 입원 중인 단원고 학생 74명 중 상당수는 학교 복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입원 학생들은 단원고 3학년의 수업 재개 소식을 전해 들어 알고 있다”며 “대부분 빨리 학교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만 퇴원이나 학교 복귀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산=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