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차분한 분위기 속 오바마 네번째 방한 “세월호 깊은 애도…”

입력 2014-04-26 02:04

한·미 정상회담차 25일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학생들이 참변을 당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 백악관 목련 묘목을 전달했다. 슬픔에 빠진 우리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회담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공식만찬 등 행사도 간소하게 치러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세월호 침몰 사고 위로 증서와는 별도로 우리 정부를 통해 단원고에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위로문에서 그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수백명의 학생과 선생님들을 애도하며 희생된 학생 대다수가 공부하던 단원고에 묘목을 바친다”고 밝혔다.

백악관 목련은 앤드루 잭슨 전 미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를 기려 집에서 가져온 싹을 틔운 것으로 ‘잭슨 목련’이라고도 불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극적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분들에게 미국이 느끼는 깊은 연민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네 번째며 박 대통령과의 만남은 세 번째지만 분위기는 시종 차분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 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도 시간을 줄여 10분 동안만 개최됐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 이어 우리 문화재 인수 행사를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한제국에서 사용했던 ‘황제지보’ ‘수강태황제보’ 등 9개의 인장을 반환했다.

회담 후 공동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성명에 준하는 문서를 채택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정원에서 10분 동안 함께 산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백악관 내 로즈가든 옆 복도를 산책한 데 대한 화답 성격이다. 저녁에는 청와대 내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두 정상은 차분하면서도 돈독한 우애를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적극적인 ‘구애’ 제스처를 보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분위기는 딱딱했다고 다수의 외신들이 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기념관 회랑에 설치된 6·25전쟁 미군 전사자 명비(名碑)에 헌화했다. 하와이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하와이 출신 전몰 미군의 이름이 있는 명비에 헌화한 뒤 추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경복궁을 찾아 25분 동안 경내를 관람했다. 한국문화의 상징성 때문에 미국이 경복궁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경복궁 체험 행사도 검토됐었지만 세월호 사고를 감안해 관람만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이 전쟁기념관 및 경복궁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