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오바마 “亞, 美 외교정책 핵심… 견고한 한·미 동맹 필수”

입력 2014-04-26 02:04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5일 청와대 정상회담 의제에는 한·미 간 현안이 모두 포함됐다. 강고한 한·미동맹의 신뢰 속에 두 정상은 북핵 문제에서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신속 이행 문제에 이르기까지 안보·군사·지역정세·경제 영역을 넘나들었다. 이 가운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과거사 왜곡으로 꼬여버린 한·일 관계 해법과 우리 정부의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사업 참여 확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연기 등도 대화 테이블에 올려졌다.

▨ 북핵 공조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 자리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꺼낸 주제는 최근 급박해진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였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움직임이 당장이라도 핵실험이 가능할 정도로 준비가 진척됐다는 데 공감을 표시하면서 “한·미는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 개발도 용인치 않겠다”는 공동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지금까지의 국제사회 제재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준의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데에도 견해를 같이했다. 양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국제사회의 공동 제재뿐 아니라 국가별 별도의 제재 수위도 크게 올려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난달 독일에서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의 실현 가능성을 필요충분하게 설명했다. 북한 비핵화는 비핵화대로 강도 높은 압박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사안과 북한 내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하며 박 대통령의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한·일 갈등

한·미 정상은 공동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한·일 관계 정상화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의 틀은 결코 변함이 없다는 점과 함께 일본의 과거사 왜곡으로 인한 한·일 갈등 증폭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 고위 인사들의 과거사 왜곡 발언과 2차 세계대전 피해국에 대한 무(無)반성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에도 미달하는 근시안적 행동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도쿄 정상회담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 관해서는 ‘일본의 실효적 지배’가 유효하다”고 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독도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원칙적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지금처럼 경직된 한·일 관계가 지속될 경우 동북아 안보협력에 이익이 되지 않으며 한·미·일 3각 공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한·미 동맹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발전 방향을 논하며 “아시아 지역이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구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의 견고한 발전이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두 정상은 양국 동맹 강화를 위한 현안인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 재연기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재연기에 대해 양국 이익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충분히 협의해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재연기를 지나치게 서둘러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고, 미국으로서는 우리 정부 입장을 충분히 감안해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방한 이틀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 압박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 정상에게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한 것이며, 한·중 관계 발전이 미국 이익에 반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 기타 사안

두 정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양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상품 교역이 2010년 902억 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1035억 달러로 대폭 증가하고, 상대국에 대한 투자 규모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FTA의 긍정적 영향력이 보다 많은 양국 기업들에 흘러내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해선 박 대통령이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참여 협상에 나서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무역 자유화를 실천하는 나라로, TPP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가진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이밖에 기존 축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공기 압축저장 방식의 전기저장 시스템 공동 연구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