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땅을 차지하라” 새만금 大戰
입력 2014-04-26 03:44 수정 2014-04-26 15:14
‘새만금 삼국지’의 본 게임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최대 간척지인 새만금의 중원(中原)과 1·2호 방조제(14.6㎞)를 차지하기 위한 일대 결전이다. 경쟁 상대는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등 세 지방자치단체다. 이들은 이미 새만금방조제 3·4호 구간을 놓고 일합을 겨뤘다. 방조제(14.1㎞)와 다기능 부지(195㏊)를 둘러싼 첫 다툼에서는 일단 군산시가 승리했다. 그러나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들 시·군의 야심은 1·2호 방조제에 쏠려 있었다. 이번 승부는 방조제만의 관할권이다. 하지만 향후 ‘금싸라기’ 매립지의 주인을 결정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어서 각 지자체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27일로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된 지 4년이 된다. 각 시·군은 이번 결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쉼 없이 준비해왔다. 다만 최근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어 극도로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중동 속 드넓은 새만금에는 대결전을 예고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1·2호 방조제의 중요성=새만금 1·2호 방조제는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로(옛 대항리)∼군산시 가력도∼신시도를 연결하고 있다. 이 일대 매립지에는 신항만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용지, 복합도시용지, 농촌도시용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무엇보다 삼성그룹이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신재생에너지단지가 들어 있다. 그야말로 새만금의 ‘황금 땅’이다.
현지에서는 ‘1·2호 방조제를 얻는 지자체가 새만금을 다 갖는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해당 시·군의 면적이 단번에 32.4%나 늘어날 수 있다. 세 시·군 모두 “결코 양보할 수 없다”며 벼르는 이유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 3·4호 경쟁은 이번 일을 위한 예비단계였다. 이제 본 싸움이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조제를 품안에 넣으면 향후 매립지를 차지하는 데도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 지자체의 작전=각 지자체는 세월호 침몰로 인한 애도 분위기에 맞춰 조심에 조심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 결전에 대비하고 있다.
먼저 군산시는 1·2호 방조제가 군산시 행정구역인 신시도∼가력도를 연결했으니 군산에 귀속돼야 한다는 ‘당위론’를 내세우고 있다. 1호 방조제의 부안 쪽 1.68㎞만 빼고 모두 군산 관할에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향후 매립지는 군산 71%, 김제 13%, 부안 16%의 비율로 나뉜다.
김제시는 ‘연륙론’을 펴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육지에서 연결된 ‘연접현상’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제시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김제 37%, 군산 39%, 부안 24%의 비율로 분할된다.
부안군은 ‘양리(兩理)론’을 앞세웠다. 부안이 1·2호 방조제에 ‘지리’상 가장 가까운 데다 앞으로 ‘관리’ 측면에서도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방조제 축조 때 석산을 개발해 제공하는 등 새만금사업에 대한 기여도도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안군 뜻대로 되면 부안이 40%, 나머지 60%는 군산과 김제 몫이다.
◇향후 심의 결정 과정=2라운드의 포문은 두 달 전 열렸다. 안전행정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월 ‘새만금 1·2호 방조제 구간 귀속 지방자치단체 결정 심의안’에 관한 첫 심의를 열었다. 조정위원들은 지난 8일 새만금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감한 상황이어서 지자체에 알리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분쟁조정위는 앞으로 두세 차례 더 회의를 연 뒤 하반기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둔 데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빨리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북도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행여나 선거를 앞두고 표면화할 경우 지역 간 갈등이 커질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지역을 ‘새만금특별시’로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성엽 전북도지사 예비후보는 “새만금을 전북도에 속하지 않는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만금을 둘러싼 진검승부, 결투는 머잖아 결판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 결과를 상대 지자체가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또 다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서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신대륙’이기 때문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