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인명구조 동물
입력 2014-04-26 02:28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동물 종(種)은 많다. 박쥐는 초음파를 이용해 어둠 속에서도 자유롭게 비행하고, 향유고래는 1시간 동안 숨을 쉬지 않고 2000∼3000m 심해까지 잠수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개만 해도 후각이 사람보다 1만배 뛰어나다. 스위스인들은 개의 뛰어난 후각에 착안해 18세기부터 인명을 구조하는 데 개를 활용했다.
험준한 산악지대의 수도원에서 키우던 개들은 눈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여행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특별한 훈련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개들은 본능적 감각에 의해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했다고 한다. 수도원 개들이 육지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구조대원과 함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인명구조견의 효시다. 9·11테러 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한 구조견 ‘베어’ 이야기는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했다.
육지에서 개라면 바다에선 돌고래다. 미국과 구 소련은 냉전시대인 1960년대 돌고래부대를 창설했다. 돌고래 IQ는 70∼80으로 동물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두 나라는 적 함대나 기뢰를 탐지하도록 돌고래를 훈련시켰다. 돌고래는 몸에 폭탄을 매달고 배나 항구로 돌진하는 살인병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 해군은 1986∼88년 페르시아만, 2003년 이라크전 때 돌고래를 실전에 투입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중시력을 지닌 바다사자도 최근 돌고래만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돌고래와 바다사자는 인명구조에도 이용된다.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돌고래나 바다사자에 카메라를 장착하기만 하면 어떤 악천후에도 사람이나 잠수정의 접근이 어려운 곳까지 탐색이 가능하다. 미국은 수송기를 이용해 세계 어느 곳이라도 72시간 내에 바다동물부대를 파견할 수 있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악천후와 불량한 시계 등으로 선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바람에 인명구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상황 파악에 실패했다. 최첨단 무인잠수정은 거센 물살에 한낱 쇳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돌고래부대, 바다사자부대가 있었다면 안타까운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동물보호론자들의 반대가 예상되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바다동물부대 필요성은 입증됐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