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고난과 치유] “목회자는 설교 메시지 전달에 신중… 신자들은 주변서 수군거림 삼가야”
입력 2014-04-25 18:17 수정 2014-04-26 02:46
심리상담으로 고통받는 자 돕는 하정미 교수
부산장신대 하정미(42·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지난 21일부터 진도실내체육관 바깥에 ‘심리상담’ 천막텐트를 설치하고 실종자 가족들의 사연을 듣고 있다. 하 교수는 23일 “상황이 진행 중이어서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이틀간 2명의 가족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가족들의 상태는 이른바 ‘우울·수용’ 단계에 와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으며 염려와 걱정으로 힘겨워한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가족 옆에서 24시간 대기하면서 관찰해야 한다”며 “감정을 억누르거나 우울한 증세가 계속되면 치료받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죄책감을 느끼거나 비극적 현실을 수용하면서 우울한 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말을 들어줘야 한다”며 “억지로라도 밥을 먹게 하고 잠을 청하도록 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것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함께 울어주는 것보다 더 큰 위로는 없다”고 했다.
하 교수는 교회가 취해야 할 태도도 소개했다. 그는 “현재의 고난이 죄 때문이란 표현은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목회자는 설교 메시지 전달에 주의해야 하며 주변 신자들도 삼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수군거리는 행위도 상처를 더한다”며 “상처가 심할 경우 하나님께 대한 원망이나 분노가 치밀면서 믿음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더욱 강화시킨다. 하 교수는 “예민한 사람들은 가급적 (SNS 등은) 접하지 않는 게 낫다”며 “오히려 햇볕 아래서 산책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 교수 천막텐트엔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도 찾고 있다. 죄책감과 혼란스러움 때문이다. 하 교수는 “원래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비합리적 죄책감이에요. 자기 탓도 아닌데 자기 탓으로 여기면서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그럴수록 대화를 많이 하고 심하면 병원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하 교수의 딸인 한두리(여·부산장신대 2)씨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씨는 지난 19일부터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을 위해 쓰레기 수거, 청소 등의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또 봉사단체 부스 주위의 쓰레기 분리 처리, 현장에 도착한 대학생을 위한 차량 지원 등 보이지 않는 틈새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한씨는 지난 21일 체육관 안에서 청소하다가 가족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다 울기도 했다. 당시 그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그에게 다가와 답답함을 털어놨다고 했다. 한씨는 “가족들은 많이 지쳐있고 감정 상태가 약하다”며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