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식 칼럼] 미래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야 산다
입력 2014-04-26 02:16
한국교회 위기 극복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성령의 역사에 대한 소망이다. 사람은 스스로 변화되지 못한다. 복음과 성령의 역사만이 답이다. 교회도 성령의 역사에 의해서만 성화된다.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한국교회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을 버려야 산다. 과거의 성공 전략과 태도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미래가 오고 있다. 사람은 과거의 데이터와 패턴을 근거로 미래를 투사한다. 큰 변화가 일어나는 때에는 위험한 태도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폭발적인 성장을 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우리 교회가 몇 년 동안 연평균 10%씩 성장을 했으니 7∼10년 후에는 2배로 성도가 늘 것이다!” 미래 예측은 이렇게 단순하게 하면 안 된다. ‘영원히 성장하는 것은 없다’가 하나님의 법칙이다. 이것을 아는 것이 지혜요 겸손이다. 50년 넘게 왕성한 성장을 하는 기업이 희소한 것처럼, 50년 넘도록 놀라운 부흥을 지속하는 교회도 드물다. 한국교회는 1970년대부터 폭발적인 교회 개척과 부흥의 시대를 맞았다. 그 후 상당수 교회들이 40∼50년을 넘어섰다. 미래 성장의 근거를 ‘과거 데이터’와 ‘추세’에만 의존하기는 역부족인 시기에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한국 기독교가 끝이 났다!”는 말이 아니다. 필자도 지난 50여년의 기적적인 부흥이 계속 이어지기를 열망한다. 그러려면 전제가 하나 있다.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미래를 기다리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월남 패망 시 사로잡혀 8년 동안 포로생활을 한 미국 장군인 스톡데일은 탁월한 지혜와 리더십으로 많은 미군 포로들을 생환시켰다. 그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강조할 때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을 한다. 포로가 된 군인들은 비관론자, 근거 없는 낙관론자, 현실적 낙관론자로 나뉘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사람들은 스톡데일 장군 같은 현실적 낙관론자였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는 자신들은 특별한 날(크리스마스, 부활절 등)에 전격적으로 사면될 것이라는 막연하고 감상적 희망에 빠져 있었다. 전쟁이 길어지고 미군이 수세에 몰리자 그들의 희망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기대가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자 낙관적 태도는 절망으로 변했다. 결국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막연한 희망만 가졌지,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현실적 대안은 고려하지 않았다. 막연히 “잘 될 거야!”를 되뇌었을 뿐이다.
반면에 현실적 낙관주의자는 포로에서 풀려나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잃지 않았다. 동시에 현실적 어려움을 직시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존 전략을 마련했다. 끝까지 살아남아 미국으로 돌아온 군인은 이들이었다.
거대한 위기에 직면할 때,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을 때, 필요한 것은 단순히 할 수 있다는 태도가 아니라 스톡데일 장군의 자세다. 세계 경제상황, 국내 경제상황, 심각한 세속주의, 영적 혼란 가운데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적 상황이 극도의 불확실성 가운데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대안을 추구해가면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부흥의 물꼬를 열 수 있다. 희망찬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한국교회를 향해 날아오는 위기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예측하는 이유다.
지금의 위기는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를 바꾸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하나님의 요청이시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에 눈을 감지 말라. 위기 회피 성향을 보이지 말라. “이러다 말겠지”라는 어설픈 생각을 버리라. 우리가 회개하지 않아도, 성령이 역사하셔서 단번에 해결하실 것이라는 잘못된 신학을 고치라. 경제위기, 심각한 세속주의, 영적 혼란에도 교회는 무풍지대라는 망상을 버리라. 교회 지도자들이 근거 없는 낙관론을 버리고, 현실적 낙관론자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 낙관론자는 균형 잡힌 신학과 신앙 위에 시대 통찰력, 전략적 대안, 행동하는 용기를 갖는 사람들이다. 당신은 근거 없는 낙관론자인가 현실적 낙관론자인가?
최윤식(미래학자·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