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박사의 성서 한방보감] 50 그리고 70
입력 2014-04-26 02:17
눈은 50부터, 귀는 70부터 나빠진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50과 70’이다. 나이 50이 되면 눈부터 나빠진다. 그전에 멀쩡하던 눈이 갑자기 침침해지고 약해지면서 잘 안 보인다. 나이 예순이 됐는데 아직까지 졸보기를 쓰고 있다면 그 자체가 기적이요 대단한 일이다. 젊을 때는 글자가 잘 안 보일 때 안경을 쓰지만, 늙어 가면 안경을 벗어야 잘 보인다. 나이 50을 넘기면 대부분 그렇게 된다.
귀는 70부터다. 70이 되면 귀가 현저히 어두워지지만 그 전부터 귀에 고장이 생긴다. 나이 50을 넘기면서 귀에서 소리가 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이명증이다. 벌레우는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윙하는 전기 울리는 소리 등 이런저런 소리들이 사람을 괴롭힌다.
이명증은 이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명은 이롱이라고 해서 귀가 먹어져 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명이 오래되면 청력이 떨어진다. 귀가 오랫동안 울면 청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신경이 예민해진다.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불안해지기도 하고 잠을 못 자기도 한다. 더욱이 사위가 조용한 밤에는 이명이 더 심해지는 까닭에 한밤중에 이명 환자들은 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는 제일 오래까지 간다. 사람의 생명이 꺼지는 순간까지 귀는 살아 있다. 비록 약하기는 하지만 끝까지 살아 있는 곳이 바로 귀다. 사람이 임종할 때, 의식이 없어 반응을 하지 못해도 귀는 살아 있다. 그래서 옆에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축복의 말, 덕스러운 말, 은혜와 사랑의 말을 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비록 의식이 없고 말은 못해도 옆에서 해주는 사랑의 소리, 위로의 말을 듣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분들이 많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듣는다. 비록 청력은 약해도 들을 것은 다 듣는다.
나이가 들면 속절없이 늙는다. 늙으면 쇠하여지고 쇠하면 결국 죽는 것이 사람이다. 젊다고 너무 큰소리 탕탕 쳐도 안 되는 것은 너나없이 다 늙어가고 쇠하여지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2법칙’, 다른 말로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엔트로피란 무질서를 말하는데, 모든 신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고물이 되어 간다는 말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늙어가면서 시력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고, 청력 또한 가지 않는 사람이 없다. 모두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노화현상이다. 한방에서는 신허라고 본다. 우리 몸의 근본적인 원기가 신기인데 신기는 갱년기를 지나면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갱년기라고 하는 것이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 50이 고비이다. 그래서 그 나이 이후엔 눈부터 나빠지기 시작한다.
한방에서는 신허를 보하는 약으로 치료한다. 신기가 떨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은 신기를 돋우지 않고는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방의 치료원리 중에 허보실사라는 것이 있다. 허증에는 원기를 도와서 치료를 하고, 실증에는 사기를 쳐서 치료한다는 원리이다. 갱년기 이후의 신허증에는 보법으로 치료를 해주는 것이 한방고유의 원리이다.
사람의 육체는 그렇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다르다. 야곱이 그랬듯, 그리스도인은 나이가 들면서 육신은 날로 쇠하여 가나 영은 날로 새로워지는 사람들이다. 젊을 때 못 보았던 것을 보고, 젊을 때 못 들었던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인은 육체뿐 아니라 영혼의 눈과 귀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져 가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제2법칙이라고 할까. 열역학 제2법칙에 반하는 또 하나의 법칙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 아닐까 싶다.
<김양규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