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나도 두 딸 가진 아버지… 北 일본인 납치 용납못해”
입력 2014-04-25 04:0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일본 납북자 가족을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쿄도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공동기자회견 직후 10분 정도 일본 납북자 가족을 비공개로 만났다. 1977년 11월 13세 때 실종된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시게루(81)와 어머니 사키에(78), 22세 때 북한에 납치된 다구치 야에코(여)의 오빠 이즈카 시게오(76)를 만나 납북자 문제에 대해 “정치인이 아니라 두 딸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와 협력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담당상이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다른 납북자 가족들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납치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일본 정부와 긴밀하게 연대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짧은 국빈방문 중에도 납북자 가족을 만난 데는 아베 총리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번 면담 성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첫 일정으로 도쿄 황거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아키히토 일왕 부부와 인사하고, 육상자위대를 사열한 뒤 이부키 분메이 중의원 의장과 아베 내각 각료 등 일본 정관계 주요 인사와 악수했다. 오후엔 도쿄 미래과학관을 방문해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을 주제로 강연했고, 이후 메이지 신궁을 갔다. 저녁엔 일본 왕실이 주최하는 궁중 만찬을 끝으로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황거의 대식당인 호메이덴에서 열린 만찬에서 아키히토 일왕은 건배에 앞서 “양국 국민은 앞서 전쟁에 의한 고통스러운 단절을 극복하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며 “이해를 한층 더 심화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굿 이브닝, 곤방와(일본어 저녁인사)”라고 인사한 뒤 “왕실은 일본인의 정신을 2000년 넘게 구현해 왔다”며 “오늘 밤 폐하의 마음속에서 그 정신이 느껴진다”고 답했다. 만찬 자리엔 양국 인사 170여명이 참석했고, 그중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도 포함됐다. 음식은 프랑스 요리가 나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