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소조기 ‘마지막 날’ 성과 없자 실종자 가족들 격렬 항의

입력 2014-04-24 21:20 수정 2014-04-25 04:01


[쿠키 사회] 물살이 잦아들어 수색에 속도가 붙었던 소조기가 24일로 끝났다. 조류와 기상이 양호해 침몰 사고 후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이 벌어졌지만 기다리던 생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주말에는 비가 내리고 조류도 점점 빨라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실종자 가족들은 폭발했다. 수색에 속도를 더 내라고 항의하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폭행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오후 5시30분쯤 실종자 가족들은 전남 진도 팽목항 상황실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 청장, 최상환 해경 차장과 면담했다. 이들은 이 장관 등을 상황실 바닥에 앉게 하고 주변에 둘러앉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막은 뒤 “당장 아이들을 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가족들은 “수백명이 수색에 나섰다고 하는데 실제 가서 보니 작업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며 “민간 잠수사들을 당장 투입하고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당장 무전을 쳐서 지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사고대책본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전날 밤 민간 잠수사들이 해경에 작업 투입을 요청했으나 해경은 ‘실종자 가족들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한 실종자 부모는 “내 자식이 물고기 밥이 되도록 둘 거냐”며 “내가 강남 8학군 학부모가 아니라서 그러느냐. 내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도 이렇게 손놓고 있을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주위에서는 “박 대통령 당장 오라고 해! 전화라도 해서 지시하라고 해!”라는 외침도 들렸다.

최 차장은 가족들의 주문에 따라 무전으로 “민간 잠수사가 투입되도록 총력을 기하라”고 현장에 지시를 내렸다. 무전 내용이 마이크를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 전달됐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자기들끼리 짜서 명령만 내려놓고 실제로 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 장관, 김 청장, 최 차장 등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막았다.

민간 잠수사를 투입하겠다는 약속 후 두 시간여가 지나도 실제 투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격분한 가족 중 한 사람이 대화 도중 청장의 목덜미를 수차례 내리쳤다. 이후 오후 8시50분쯤 해경·문화재청 잠수사와 함께 민간 잠수사 2명이 투입됐고, 오후 10시쯤 민간 잠수사 1명이 추가로 입수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새로 도착한 민간 잠수사들을 바다에 못 들어가게 한다고 항의하면서 자정이 넘도록 이 장관 등이 팽목항 상황실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다. 가족들 눈앞에서 계속 지시를 내리도록 요구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체육관에 있던 가족들까지 팽목항으로 몰려들어 상황실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앞서 오후 1시10분쯤엔 실종자 가족 40여명이 버스를 타고 진도군청 사고대책본부를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상황실에서 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게 “당신들 자식이 저 속에 있다고 생각해 봐라. 왜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느냐”며 빠른 구조작업을 촉구했다. 상황실 밖으로 “이 뜨거운 날씨에 시신이 온전하겠느냐”는 외침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조류가 강해지는 사리가 다가오고 있어 오늘 정조시간과 상관없이 집중 수색을 실시할 것”이라며 “3, 4층 선수와 선미의 다인용 객실 위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었다.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가 투입됐고, 잠수요원 700여명 등 침몰 이후 최대 인력이 수색에 참여했다. 문화재청 해저발굴단도 기술 지원을 위해 합류했다.

진도=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