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우왕좌왕 정부대응… 장관이 다른 장관 지휘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

입력 2014-04-25 02:31

세월호 참사 초기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대책본부 간 지휘 및 공조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24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이슈와 쟁점-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장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토록 했는데 동일한 지위에 있는 장관이 다른 장관을 지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대규모 재난의 경우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지휘를 모두 받아 두 기관의 명령에 대해 혼선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지적한 문제점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사고 초기 중대본을 책임지는 안전행정부와 안전관리법 시행령상 해양사고 주관기관으로 돼 있는 해양수산부 간 공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지휘체계는 혼선을 빚었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9시40분 해수부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9시45분에는 정부서울청사에 중대본이 꾸려졌다. 하지만 중대본은 해경이 지휘계통을 거쳐 해수부로 보고한 구조인원 등 자료를 팩스로 받아보는 수준이어서 실시간 정보 파악은 물론 효과적 대처도 어려웠다.

혼선이 계속되자 지난 18일 정부는 정홍원 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전남 진도군청에 직접 꾸렸다. 안행부에 총괄 조정 기능을 부여한 법정 재난대응체계를 정부가 스스로 부정한 모습이 됐다.

아울러 정부는 부처별 대책본부만 양산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서울의 중대본 외에 세종시에는 해수부와 교육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보건복지부 등은 사고대책수습본부를 차렸다. 해양경찰청은 인천과 목포에 지방사고수습본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목포에 중앙구조본부를 꾸렸다. 10여개의 대책본부가 꾸려지면서 일관성 있는 현장 지휘체계는 실종됐다.

한편 중대본은 재난 관련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3400여개에 달하는 정부 부처 위기관리 매뉴얼 점검에 들어갔다. 사고 초기 중대본은 물론 해수부, 해경 등 모두 미숙한 대응을 보여 재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 재난 매뉴얼은 3단계로 구성됐다. 재난 종류를 25종으로 나눠 재난별로 주관기관의 대응 지침을 담은 표준매뉴얼이 있고, 그 아래 주관기관 역할을 규정한 실무매뉴얼 200여개가 있다. 세월호 침몰과 같은 선박사고는 25개 상위 매뉴얼에는 없고 실무매뉴얼에 포함됐다. 또 그 밑에는 지자체 등의 역할을 담은 3200여개의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이 있다.

안행부는 이번 점검을 통해 국가기관의 재난 매뉴얼에 오류는 없는지, 담당자가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는지,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