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물살 거세지기 전에… ‘소조기 마지막 날’ 최대 인력 투입

입력 2014-04-25 03:17


물살이 잦아들어 수색에 속도가 붙었던 소조기가 24일로 끝났다. 조류와 기상이 양호해 침몰사고 후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이 벌어졌지만 기다리던 생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주말에는 비가 내리고 조류도 점점 빨라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남 진도군청에 있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찾아 격렬하게 항의했다. 오후 9시까지 집계된 누적 사망자 수는 171명이다.

오후 1시10분쯤 진도군청 앞에 버스 한 대가 섰다. 실종자 가족 40여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가족들은 군청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가족들은 상황실에서 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게 “당신들 자식이 저 속에 있다고 생각해 봐라. 왜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느냐”며 빠른 구조작업을 촉구했다. 상황실 밖으로 “이 뜨거운 날씨에 시신이 온전하겠느냐”는 고성과 함께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도 흘러나왔다. 항의하던 가족들은 오후 2시30분쯤 침통한 표정으로 군청을 떠났다.

사고대책본부는 앞서 오전 브리핑에서 “조류가 강해지는 사리가 다가오고 있어 오늘 정조시간과 상관없이 집중 수색을 실시할 것”이라며 “3, 4층 선수와 선미의 다인용 객실 위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4층 중앙객실 수색도 처음으로 시도됐다.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가 투입됐고, 잠수요원 700여명 등 침몰 이후 최대 인력이 수색에 참여했다. 문화재청 해저발굴단도 기술 지원을 위해 합류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가족들은 오후 5시27분쯤 이주영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을 팽목항 상황실에서 면담했다. 가족들은 이 장관 등을 상황실 바닥에 앉게 하고 주변에 둘러앉아 “당장 아이들을 구해 달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실제 가서 보니 작업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며 “민간 잠수사들을 당장 투입하고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당장 무전을 쳐서 지시하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사고대책본부에 대한 불신이 높은 모습이었다. 전날 자정 민간 잠수사들이 해경에 작업 투입을 요청했으나 해경은 ‘실종자 가족들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 잠수사들 투입을 거부한 바 있다.

한 학부모는 “내 자식이 물고기 밥이 되도록 둘 거냐”며 “내가 강남 8학군 학부모가 아니라 그러느냐. 내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도 이렇게 손놓고 있을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주위에서는 “박 대통령 당장 오라고 해라. 전화라도 해서 지시하도록 해라”라는 외침도 들렸다.

최 차장은 무전으로 “민간 잠수사가 투입되도록 총력을 기하라”고 현장에 지시를 내렸다. 무전 내용이 마이크를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 전달됐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자기들끼리 짜서 명령만 내려놓고 실제로 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장관과 총장, 차장 등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막았다.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이 김 청장의 목덜미를 내리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도=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