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해수부 ‘규제 개혁’ 알고보니… 안전은 뒷전

입력 2014-04-25 02:26

해양수산부는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올해 7월부터 시범 실시하겠다고 지난달 국무조정실에 신청했다. 규제비용총량제란 규제를 신설할 때 같은 비용만큼의 기존 규제를 폐지해 규제비용 총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해수부는 정부 내 규제 개혁을 선도해 내년에 있을 국정과제 수행평가에서 가산점을 받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선박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업계 요구를 대거 수용해 무리하게 규제를 완화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는 국내 연안 운항 선박에 대한 각종 안전관리 규제를 풀었다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규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졸속 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 해수부의 규제개혁 추진 과제를 보면 선박안전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선박 안전점검 사업자에 대한 현장점검을 미등록규제로 분류해 올 1월부터 이를 축소했다. 당초 지방해양항만청은 컨테이너 안전점검 사업자에 대한 현장점검을 연 1회 이상 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사업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현장점검을 자료 제출로 대체할 수 있게 하고 그것도 연 1회만 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세월호처럼 컨테이너를 무리하게 싣고 충분한 결박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현장점검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해수부는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선장의 휴식시간에는 1등 항해사 등이 조종 지휘를 대행할 수 있도록 선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세월호 사고 하루 전인 15일 공포했다. 개정안은 ‘선장의 조종 지휘 대행’ 조항을 신설하면서 선박이 항구를 출입하는 등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는 선장이 직접 지휘토록 했다. 하지만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라는 규정이 모호해 세월호 사고처럼 선장이 항해사에게 지휘를 맡겼다가 사고가 날 경우 선장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위험 수준에 따라 선장 지휘를 대행할 수 있는 직급을 세분화하도록 시행령을 재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또 지난해 4월부터 내항선박 안전관리체제의 이행요건을 완화했다. 안전관리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선장은 부적합 사항을 보고하고 매년 인증심사 시행 전 선박 내부 심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선장의 부적합 사항 보고와 내부 심사를 면제하고 이를 선사 안전관리자의 점검으로 대체했다. 아울러 지난해 6월부터 내항 선사 및 선박의 최초 인증 심사 절차도 완화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