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유통조합 추진하는 기타리스트 신대철 “甲의 횡포에 맞선 乙의 생존 몸부림이죠”
입력 2014-04-25 02:25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선 자신을 인디밴드의 멤버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주목을 받았다. 2장의 앨범과 몇몇 앨범에 참여한 경력을 가졌다는 그가 공개한 음원 정산 내역서는 참담했다. 누군가 A씨가 부른 노래를 1곡 들을 때마다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따라 그에게 적게는 18원, 많게는 46원이 떨어졌다. 그는 “한 곡을 다운로드하는데 보통 600∼900원인데 거대한 대기업 이동통신사의 횡포에 일반 음악가들은 ‘을’의 입장이 됐다”고 털어놨다.
A씨의 글은 현재 국내 음원 유통의 불합리한 구조를 완벽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3∼4분가량 듣는 그 한 곡에는 가수와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상상력이 응집되지만 정작 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용감하게 ‘정상화’시키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 기타리스트 신대철(48·사진)이 최근 ‘바른 음원 유통 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웹 페이지가 만들어졌고, 10일 만에 총 7788명이 그를 지지하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얼떨떨해요.”
신대철은 최근 국민일보와 전화인터뷰를 하며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조합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며 “유통 회사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도록 돼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바른 음원 유통 협동조합’은 현재 조합의 발기인을 모집 중이다. 신대철은 “수익을 추구하는 모델 보다 공익적인 요소가 포함된 구조로 꾸리려다 보니 조합의 형태로 만들게 됐다”며 “이달 안에 뜻이 맞는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꾸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 회관에서 국회 문화관광사업연구포럼 주최로 열리는 ‘음원시장의 창작자 권리, 어떻게 지킬 것인가’ 토론회에도 발제자로 참여한다.
현재 음원 유통 산업은 서비스 업체의 몫이 40%, 제작사가 44%, 작사가와 작곡가에게 10%, 가수에겐 6%가 돌아오게 돼있다. 그는 “이 같은 구조에선 팬덤이 넓은 가수들조차 음악만으로 돈을 벌 수 없다”며 “가수를 발굴하고 키워 배출하는 누구도 제작비를 건지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음악 외의 활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음원 유통사들의 문제점으로 몇 가지를 들었다. 정기 결제를 유도하는 파격적인 할인 판매, 통신요금과 결합한 곁다리 식 음악 서비스 등은 음악 그 자체의 가치를 무너뜨린다는 것. 100곡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은 업체별로 5000∼10000원 사이인데 이마저도 각종 할인카드와 이벤트에 따라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내려간다. 고객을 모으기 위해 초기 2∼3개월은 단돈 100∼500원에 30곡을 소장할 수 있게 한 업체도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신대철은 “(장기적으로)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음원서비스 업체가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음원은 통신사(KT 등), 포털사이트(네이버 등), 전자사(삼성 등), 카드사(현대카드) 등 대기업 하에서 유통된다.
“현재 시스템에선 최저 시급 5210원을 벌려면 약 1000명의 다운로드가 필요합니다. 5000만명이 한 달 동안 내 음악을 들어줘도 나 같은 뮤지션은 1000만원을 버는 정도죠. 도서정가제처럼 음악의 ‘정가’ 책정이 필요합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