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해운사업은 뒷전… 회사는 유씨 일가·구원파 위해 존재했다

입력 2014-04-25 02:28

경영난에도 ‘퍼주기’… 청해진해운 실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설립 이후 15년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재기와 관련 종교단체 지원 등을 위해 존재해 온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경영난 속에서도 부동산을 매입해 공짜로 넘겨주고, 유 전 회장의 개인활동을 돕는 데 돈을 쓰다 보니 정작 선박 안전과 직원 관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충성해 온 측근과 신도들을 전면에 세우고 유 전 회장 일가는 뒤에서 모든 것을 지휘해 온 구조가 빚어낸 결과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굴업도 땅 사들여 무상 증여=청해진해운은 1999년 2월 유 전 회장의 측근 안모씨 등 개인들이 모은 34억원으로 출범했다. ㈜세모가 부도난 지 1년 반 만이다. 청해진해운은 세모해운이 파산 전 보유했던 선박·부동산 등을 인수했다. 본사 사무실 역시 세모해운이 쓰던 것이었다. 검찰은 이 과정의 자금 출처가 유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거나 그가 이끌었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2001년 1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5억70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3년 내리 연간 3억∼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4년 만에 흑자(8억4000만원)로 돌아선 2005년 청해진해운은 돌연 인천 옹진군 굴업도 땅 1만3260㎡를 4억2000만원에 사들였다. 땅은 2009년 7월 한국녹색회에 해양환경센터 건립 목적으로 무상 증여됐다. 녹색회는 구원파와 관련된 단체로 알려졌다. 당시 녹색회 회장은 청해진해운 지분 4.8%를 갖고 있기도 했다.

◇회장 일가 소유 계열사 지원=2008년 청해진해운의 대주주가 조선업체 천해지(19.27%)로 바뀌었다. 2005년 설립된 천해지는 ㈜세모 조선사업부의 후신이다. 천해지는 2010년 39.4%까지 지분을 늘렸다. 같은 해 현재의 김한식 사장이 11.6% 지분을 한번에 확보하며 2대 주주이자 청해진해운 대표가 됐다.

청해진해운은 2010년 자금 5억원을 투입해 ㈜국제영상과 ㈜온지구 지분을 각각 4.17%, 4.03% 매입했다. 국제영상은 방송프로그램 제작업체로 구원파를 설립한 고(故) 권신찬씨의 며느리가 대표로 있다. 온지구는 자동차부품 업체로 역시 회장 일가가 대주주다. 두 회사 모두 해운업과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유 전 회장의 강연 및 사진작품 전시·판매 사업 등을 하는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지분 7.23%를 5억5000만원에 사기도 했다. 그해 영업이익(2억5200만원)의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세월호 증축 후 사진전시 공간으로=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에서 세월호를 수입한 뒤 5층 증축 공사를 통해 탑승 정원을 늘렸다. 그런데 배꼬리 부분의 840㎡는 갤러리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작가 ‘아해’로도 활동한 유 전 회장의 작품 전시실로 쓰려 했다는 의미다. 증축에 따른 복원력 상실은 세월호 침몰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증축 과정에 유 전 회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유 전 회장 일가 지원에 전심전력한 반면 선박 운항 관리나 직원 처우에는 지나치게 인색했다. 청해진해운이 지난 10여년간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비로 지출한 돈은 매년 10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역대 최저인 54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직원들의 평균 급여(세전)도 3633만원으로 업계 하위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이번 수사의 일차 목적은 선박 운항에 들어가야 할 돈이 다른 곳에 부정하게 쓰였는지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