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끈한 일본 지지… ‘중국의 아시아질서 도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
입력 2014-04-25 04:17
일본을 국빈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범위라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센카쿠 문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아시아 4개국 순방의 목적이 중국의 부상을 불안해하는 동맹국 달래기인 만큼 확실하게 일본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합의 도출에는 실패해 일부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지적도 일본 내에서 나온다.
◇미국의 화끈한 일본 편들기=양국 정상은 오전 10시30분부터 도쿄 모토아카사카의 영빈관에서 1시간40분간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센카쿠 문제, TPP, 북한 핵문제,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의 움직임에 대해서 명확하게 반대하고 앞으로도 대중국 정책에 대해 양국 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일 안보조약 5조는 일본의 관할 아래 있는 모든 영토를 포함한다”며 “거기에는 센카쿠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안보조약 5조는 일본의 관할 아래 있는 영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양국이 함께 대처하고 행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정상회담에 앞서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겨냥해 센카쿠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해줄 것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상은 “한·미·일 3국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아베 총리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국, 일본과 협력해 핵 포기 압력을 북한에 계속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의 기초일 뿐 아니라 지역 전체 안보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미국은 일본의 입장을 전폭 지지함으로써 경제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동북아 질서와 같은 안보문제는 중국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TPP는 새벽까지 협상, 합의 도출 불발=정치 분야에서 양국은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했지만 정작 돈과 관련된 TPP 협상에서는 난항을 거듭하다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양국 정상은 TPP 협상과 관련해 각료급 협상을 계속해 조기에 타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초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미뤄졌다. 일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떠나는 2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공동성명이 발표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앞서 아마리 아키라 TPP 담당상과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날 새벽 3시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도쿄 긴자의 고급 스시전문점인 ‘스키야바시 지로’에서 초밥을 절반만 먹고는 젓가락을 내려놨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이곳에 초청해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지만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초밥의 깊은 맛을 음미하기는커녕 거두절미하고 TPP 얘기부터 꺼냈다. 이 때문에 분위기도 딱딱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주방장이 하나씩 주는 초밥을 모두 먹었다고 통신은 주방장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곳 초밥 가격은 1인당 최소 3만엔(3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양국 정상이 멸종위기종인 참다랑어로 만든 초밥을 먹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책임감 있는 메뉴 선택을 하도록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왕궁 환영행사, 납북피해자 가족인 요코타 메구미씨 부모 면담, 일본과학미래관 강연, 메이지신궁 방문, 왕궁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5일 한국을 방문한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