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아베 정상회담] 미셸은 왜 안왔나…

입력 2014-04-25 03:23

‘아메리칸 스타일의 퍼스트레이디 외교인가, 일본을 무시하는 것인가.’

미셸 오바마 여사는 오지 않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만 홀로 국빈방문한 데 대해 일본이 언짢아하고 있다. 미셸 여사가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에 따라나서지 않은 게 한두 번은 아니어서 이례적인 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내심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18년 만인 데다 중국의 부상 속에 굳건한 미·일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일본은 양국 내외가 나란히 선 장면을 노출시키고 싶었음직하다. 또 바로 한 달 전 미셸 여사가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만나 ‘소프트 외교’를 선보였기에 일본으로선 박탈감이 더 커진 분위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지난해 2월 아베 총리의 첫 방미 길에 동행하지 못했다. 카운터파트 격인 미셸 여사가 두 딸과 스키여행을 떠나 백악관을 비웠기 때문이다. 미셸 여사는 이번에도 일본에 오지 않아 아키에 여사를 두 번이나 바람맞힌 모양새다. 미셸 여사의 부재로 오바마 대통령도 궁색해졌다. 24일 정상회담 이후 왕실 주최 만찬에서 일왕은 미치코 왕비 없이 혼자서 오바마를 응대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주로 국빈 내외가 머물던 아카사카의 영빈관 대신 도쿄시내의 호텔을 숙소로 선택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가 미셸 여사의 빈 자리를 채우느라 동분서주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순방을 따라가지 않는 영부인의 행보를 파격적으로 평가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25차례 외국 방문에 미셸 여사가 함께 간 경우는 9차례에 불과하다. 미셸 여사가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것은 지난해 6월 아프리카 방문이 마지막이다.

AP통신은 “외국 방문은 온전히 미셸 여사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며 “결정의 기준은 가족”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시 주석 내외가 미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때 미셸 여사는 둘째딸 샤사의 12번째 생일을 함께해야 한다며 워싱턴에 머물렀다. 당시 중국이 섭섭함을 표시하자 미셸 여사는 지난달 두 딸의 봄방학을 맞아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에 일본에 가지 않은 것도 이달 말 두 딸의 개학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AP는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