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스타’ 모셔가는 할리우드

입력 2014-04-25 02:34


#1. 지난해 4월, 미국 USA투데이는 자국 영화계 소식을 전하며 배우 이병헌을 언급했다. 당시는 이병헌이 출연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 2’가 미국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 극장가를 뒤흔들던 시기. 이병헌은 영화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코브라 군단의 비밀병기 스톰쉐도우 역을 연기했다. USA투데이는 “한국의 스타 이병헌은 이 작품을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게 만든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한류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아시아권에서 한류스타 이병헌의 파워를 조명한 셈이다.

이병헌은 내년 개봉 예정인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출연을 확정짓고 최근 미국으로 출국했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는 세계적인 인기를 끈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다.

#2. 지난달, 한 여배우가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바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012) 속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2’)에 캐스팅된 배우 수현이었다. KBS 2TV 드라마 ‘도망자’(2010) 등에 출연하긴 했지만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연기자. 하지만 그는 이 작품에 캐스팅되면서 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2’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번스, 제레미 러너 등 세계적인 톱스타가 다수 출연한다.

이병헌과 수현 외에도 최근 들어 한국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사례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3일 온라인상에선 배우 최민식이 화제가 됐다. 프랑스 출신 감독 뤽 베송의 영화 ‘루시’ 예고편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루시’에서 미국의 정상급 여배우인 스칼릿 조핸슨과 호흡을 맞췄다.

이 밖에 가수 보아가 배우로 변신한 할리우드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는 지난 18일 북미 지역에서 개봉했다. 비는 올초 액션 영화 ‘더 프린스’ 촬영을 마쳤다. 배두나는 올여름 영화 ‘주피터 어센딩’으로 전 세계 관객과 만난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워쇼스키 남매가 연출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할리우드가 한국배우에게 이처럼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언급될 수 있는 건 한류다. 세계에서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큰 영화시장인 중국과 일본은 한류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특히 중국은 현재 하루에 10개 이상 스크린이 새로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할리우드는 1970년대엔 일본배우를, 90년대와 2000년대엔 중국배우를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한류의 파워 때문에 한국배우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동양인 배우가 필요할 때 한류 영향력 때문에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전략적으로 한국배우를 섭외하는 듯하다”며 “이병헌 보아 비 등 한국배우들 상당수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준비된 연기자’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급성장한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영화시장이다. 지난해엔 사상 처음으로 영화 관객 수가 2억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우리나라는 할리우드가 소비 시장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가 됐다”며 “분단이라는 특수한 우리나라의 상황 등도 한국배우가 좀 더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