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가만있지 않고 자기 주장 펼치는 부러운 아이들
입력 2014-04-25 02:31
그 아이가 바로 나야!/유다 아틀라스/포이에마
세월호에 탔던 우리 아이들이 엉덩이에 뿔이 좀 난 아이들이었으면, 그래서 ‘가만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무시하고 갑판으로 올라갔더라면…. 아니 “배가 이렇게 기우는데 왜 가만있으라고 하느냐”고 대들기라도 했더라면…. 다 부질없지만 사망자 수가 늘어날수록 간절해지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른들 말에는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고 배운다. 자칫 이의라도 제기하면 버릇 없는 아이로 꾸중 듣기 십상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아이들은 그렇게 가르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탈무드’의 나라 이스라엘에선 자녀들에게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거칠 것 없이 자기 입장을 내세우라고 가르친다. 이런 이스라엘인 특유의 뻔뻔하고 무례하고 거침없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도 있다. 히브리어로 ‘후츠파’이다.
이 책의 주인공 ‘나’는 후츠파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병째 음료수 마시기, 집 안에서 축구공차기 등 해선 안 되는 것도 때때로 하고 싶어지면 하고 마는 아이다. 엄마가 밖에서 짜증이 나서 집에 오면 뭘 하든 혼나게 마련이라는 것쯤은 꿰뚫고 있다. 식사 중에 “물 조금만 가져오라”고 아빠가 심부름을 시키면 “조금만 가져오면 통째로 가져올 때보다 거리가 가까운 줄 아느냐”고 꼬집기도 한다. 손님들이 데리고 온 애와 다투면 부모님은 왜 꼭 걔 편을 드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우리와는 문화적 환경이 다른 나라에서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지” 하며 수긍하게 될 장면들이 꽤 된다. 고개를 끄덕일 아이들은 물론 더 많겠다.
40여 년간 이 후츠파 꼬마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꾸준히 써오고 있는 저자는 이 작품이 ‘동화가 아니라 시’라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선 음반으로 발매돼 수십만 명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통째로 작품을 외워 노래로 부르고 있다. 다니 케르만 그림, 오주영 옮김. 초등학생용 그림책.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