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해수부 존속시킬 필요 있는지
입력 2014-04-25 02:11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수산부 전·현직 공무원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해수부가 선박 안전 업무에 충실했더라면 세월호가 그처럼 허무하게 바닷속으로 가라앉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관재(官災)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고 발생 초기 ‘해수부 마피아’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래 요즘도 해수부 공무원들이 선박 안전 문제를 등한시해온 사례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의 칼끝도 그들을 향하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여객선과 화물선의 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선급의 경우 지난 2월 세월호 정기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바로 이 회사의 회장 자리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해수부 마피아가 맡고 있다. 최근엔 이 회사 임원이 선박회사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선박회사가 원하는 대로 검사 결과를 내준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선박의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의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상당수가 해수부 퇴직 관료다. 해운조합 운항관리실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세월호를 제대로 점검했는지 등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 때마침 해운조합이 해수부 공무원들에게 상품권 등 금품을 제공했다는 문건도 나왔다.
해수부 행태 역시 의문이다. 세월호 운항을 처음 허가할 당시 최대 적재량을 단속 기관에 통보하지 않아 침몰할 때까지 화물 적재량에 대한 검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고, ‘연안여객선의 노후화가 심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연구기관 보고서도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해수부가 갖고 있는 1500건 가까운 규제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규제는 해수부 퇴직자들이 수십년간 유관 단체나 회사를 장악하는 데 활용됐다. 유관 단체나 회사들은 해수부의 까다로운 관리·감독을 피하기 위해 ‘낙하산’을 용인했다. 퇴직한 선배가 회장이나 이사장, 대표로 있는 곳에 대해 현직 후배 공무원들은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종의 ‘먹이사슬’이 오랜 기간 유지돼온 데에는 해양 관련 공무원들이 거의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해수부는 또 세월호 운항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20년째 인천∼제주 항로 독점을 보장해줬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수부와 유관기관에 강한 메스를 대야 한다.
검찰은 세월호 선박 수입에서부터 침몰까지의 과정은 물론 연안해운업계 전반의 불법과 비리에 관한 수사로 확대할 움직임이다. 공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만큼 성역을 두지 말고 부정한 행동을 저지른 이들을 모두 엄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