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한국 구석기학 발상지 석장리
입력 2014-04-25 02:30
충남 공주 공산성 앞을 흐르는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건너편 장군산 아래에 작은 골짜기가 나온다. 석장리이다. 1964년에 마을 앞 강둑이 큰 홍수로 무너졌고, 미국인 고고학도 앨버트 모어 부부가 그곳에서 뗀석기를 찾아냈다. 그해 11월 손보기 교수가 이끈 연세대 발굴단이 석장리에 도착했다. 유명한 구석기 발굴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수습한 유물은 1974년부터 국사 교과서의 첫 장에 구석기 문화를 새롭게 쓰게 했다.
10차례의 발굴에서 다양한 석기들이 나왔고, 이 석기에는 우리말 이름이 붙여졌다. 주먹도끼 찍개 긁개 새기개 좀돌날 등 한글 용어가 일본식 한자 이름을 대신했다. 수만년을 헤아리는 구석기 연대는 집자리에서 나온 숯을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으로 확인했다. 꽃가루를 조사해 소나무 전나무 목련 백합 등 식물도 알아내 선사인의 생활상과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연구도 이뤄졌다.
석장리 유적은 1990년에 사적 제334호로 지정됐다. 대학원생으로 첫 발굴부터 참여한 충북대 이융조 명예교수는 “석장리는 일본 학자들이 한국사는 신석기시대까지만 올라간다고 주장한 학설을 뒤집은 유적”이라고 설명한다. 이후 전국 150여곳에서 구석기 유적지가 확인됐다. 올해 50주년을 맞아 공주 석장리 박물관은 6월 7일부터 구석기 문화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주먹도끼를 첫 발굴한 11월 11일에는 아시아 구석기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