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저 사람 옮음은 나의 옮음과 왜 같지 않을까”

입력 2014-04-25 02:24


바른마음/조너선 하이트/웅진지식하우스

현대사회의 여러 갈등 양상을 들여다보면 흔쾌히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다 저마다 “나는 이래서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의 옳음은 나의 옮음과 같지 않을까?”

도덕심리학을 연구한 저자는 이에 대해 3가지 원칙을 근거로 제시하며 답을 찾아나간다. 그 첫 명제는 도덕성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감성에 가까운 직관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성은 열정의 하인이다’고 주장했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이론을 토대로 “도덕적 추론은 종종 도덕적 감정의 하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로 그는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에 대한 배려나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덕성이 희생자들이 당한 피해와 고통, 공평성으로만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유, 충성, 권위, 고귀함 등의 다양한 가치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른바 집단적인 바름을 추구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진보와 보수 어느 한 진영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상대 진영의 생각을 쉽게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한다.

저자의 결론은 도덕성이야말로 문명을 가능케 한 인간의 특출한 능력이지만, 인간의 직감에 따라 움직이고 집단적인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이기적이고 전략적인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책은 뉴욕대 교수인 저자가 2008년 ‘진보와 보수의 도덕적 뿌리’라는 제목으로 했던 테드(TED) 강연을 토대로 정리했다. 당시 테드 강연은 3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책 역시 미국에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왕수민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