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고 싶은 말

입력 2014-04-25 02:16


요한복음 20장 22절

요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입니다. 개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을 만나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나면 누구든지 비슷해 보입니다.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하고 싶은 말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이 말씀을 듣는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도 궁금합니다.

어느 책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당부하는 여러 가지 말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아버지는 아들에게 하루에 잠 8시간씩은 꼭 자고, 외출하기 전에는 화장실에 꼭 들르라고 하는 등 여러 가지 당부를 남겼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녀를 향한 부모의 깊은 사랑이 전해졌습니다. 비록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때로는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습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이기에 그런 것을 잊지 않고 자상하게 알려주었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예수님께도 제자들에게 하고 싶으셨던 말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제자들은 예수님이 체포되신 밤 이후 예수님 곁에 없었습니다. 다만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만이 예수님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하지 못하고 십자가에 매달리셨습니다.

요한복음 20장은 십자가에서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과 그것을 목격한 제자들에게 이후에 일어난 이야기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목격하였고, 예수님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을 못 박아 죽이라고 소리친 유대인의 분노가 무서워 벌벌 떨고 있었을 제자들이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의 집에 은신하여, 두려움과 절망에 사로잡혀 지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찾아가셨습니다. 그들에게 나타나셔서 평강의 인사를 하고, 숨을 내쉬고 오늘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바로 “성령을 받으라(요 20:22)”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실의에 빠진 제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절망을 딛고 일어나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시작하는 중요한 출발의 말씀이었습니다. 세상에서 도망쳐 살아가는 제자들에게 희망의 불꽃이 피어나게 한 말씀이었습니다. 마치 차가운 아궁이에 작은 불씨가 되살아나듯 차가운 세상을 덥히는 불길 같은 말씀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내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나의 억울함이나 괴로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내 입에서 비난하는 말이나 폄훼하는 말이 나가면 그 말은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대신에 다른 이에게 힘을 주는 말, 용기를 주는 말, 희망을 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입술에서 위로의 말이나 용기, 희망의 말을 하면 나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진정한 희망은 부활하신 예수님에게서 시작합니다.

“성령을 받으라”는 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처음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무덤에 머무르셨던 예수님께서 가장 하고 싶으셨던 말씀이었습니다. 이처럼 “성령을 받으라”는 말씀이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여러분에게도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되기 바랍니다. 먼저 성령을 받으시고, 다른 이에게도 성령을 전해주셔서 세상에 참 소망을 전하시기 바랍니다.

곽재호 목사 (창녕동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