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임영서 (10) 공장 매입금 18억… 모든 것 내려놓자 주님이 선뜻
입력 2014-04-25 02:11
우연히 만난 송덕준 목사님은 제자인 내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화점 왕으로 불리는 존 워너메이커의 일대기 ‘성경이 만든 사람’이란 책을 보내주셨다. 난 이 책을 읽고 큰 감동과 은혜를 받았다. 바른 성경적 사업관과 가치관, 물질관을 그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하나님은 실족해 쓰러졌던 나를 바로 세우시고 사업지침서를 목사님을 통해 보내주신 것이 분명했다. 나는 두 번 다시 주님을 떠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바른 크리스천 기업인이 될 것을 기도했다.
이때부터 술좌석에 아예 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마지못해 가더라도 절대 술값을 내지 않았다.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일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술값 내고 사업이 잘되고 싶진 않았다.
뇌출혈 사건은 내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란 질문을 매사에 갖도록 만들어준 일등공신이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내게 가장 아쉬운 것은 공장시설이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업체들에 납품해 주어야 하는데 다양한 메뉴가 많으니 좋은 시설의 공장은 필수조건이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아주 좋은 조건에 공장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달려갔다. 평소 내가 운전하면서 ‘저 공장 정도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 공장이었다.
나는 하나님이 이 시설을 주실 것이란 흥분 속에 바로 기도에 들어갔고 마음이 편안해져 큰 액수가 부담이 됐지만 모험을 하기로 했다. 일단 계약을 하고 공장을 담보로 대출받아 잔금을 치를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진 현금을 모두 털어 계약을 했지만 잔액 마련은 쉽지 않았다. 은행이 공장을 감정하고 대출을 해주기엔 시간이 맞지 않았다.
진퇴양난이었다. 자칫하면 계약금만 날리게 될 판이었다. 건물주는 우리에게 너무 싸게 계약했다며 돈을 더 달라고 하면서 담보확인을 위해 온 실무자를 못 들어가게 하는 등 잔금 마련을 방해했다.
잔금기한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남은 18억원의 마련 방법은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애가 탄 나는 새벽마다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나중엔 ‘하나님이 저를 흥하게 하시든 망하게 하시든 알아서 하시라’고 떼쓰는 기도까지 했다. 그러다 중도금 기한 3일 전 새벽에 회개기도가 터졌다.
“주님 두 손을 듭니다. 저의 인간적인 생각과 아집을 모두 접습니다. 주님께 내려놓습니다. 그동안 잘못한 것 용서해 주시고 결과야 어찌 되었든 주님의 뜻으로 받겠습니다. 이제 제가 두 손을 들겠습니다.”
이날 오전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생산성본부에서 CEO과정을 함께했던 모 은행 지점장이 강남점으로 자리를 옮겼다면서 내게 한마디 툭 던졌다.
“임 사장, 돈 쓸 일 있으면 내게 전화해요.”
나는 바로 달려갔다. 과정을 설명한 뒤 공식 대출 절차를 초스피드로 진행시켜 다음날로 15억원을 빌릴 수 있었다. 내 개인 부동산을 담보로 3억원을 더 받아 하루 전날 잔금을 다 치렀다. 극한 위기에서 피할 길을 주신 하나님이셨다. 필사의 기도에 응답해주신 좋으신 하나님을 나는 마음껏 찬양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 공장은 공사 후 멋지게 완공돼 전국 500여 가맹점에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공급하는 본산이 되었다.
경험이 풍부한 어부도 풍랑 앞에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잠잠하라’고 하신 그 한마디에 파도도 숨을 죽였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내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어깨에 힘을 주어도 하나님 앞에서는 정말 백사장의 모래 한 알만도 못한 존재임을 느낀다.
하나님 앞에서 잘난 척 까불어서는 안 된다. 사랑의 주님 앞에 늘 겸손하며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음성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공장부지 사건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신앙적 깨달음이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