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전격 사퇴…수렁에 빠진 LG
입력 2014-04-24 03:35
김기태(45) LG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경기 만에 사퇴했다.
23일 대구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에서 김 감독은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LG는 “김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경기 후 김 감독의 사퇴를 발표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김 감독은 2005년 은퇴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한신에서 코치 연수를 했고, 2007년부터 요미우리 코치로 활약했다. 이어 2009년 LG의 2군 감독으로 부임해 1년 반 동안 유망주를 지도했고 2011년 후반기에는 1군 수석코치를 맡았다. 현역 시절부터 강한 카리스마와 보스 기질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11년 말 박종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2012년부터 3년 계약을 맺어 LG 사령탑에 부임했다.
첫해엔 7위(57승4무72패)에 그쳤으나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74승54패)로 마치며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팬들에겐 10년 묵은 LG의 암흑기를 끝낸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최근 10경기에서 1승9패를 당하는 등 4승1무13패로 매우 부진했다. 게다가 최근 한화와의 경기에서 빈볼 시비로 야구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구단에 자진사퇴 의사를 전했고, 구단은 만류했지만 뜻을 꺾지 못했다. 이로써 김 감독은 1982년 삼미 박현식 감독과 해태 김동엽 감독(이상 13경기), 1983년 MBC 백인천 감독(16경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이른 시기에 사퇴한 사령탑이 됐다. LG 구단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내고 올해 한때 팀 타격 1위에 오르는 등 선수단이 정비돼 있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믿는 가운데 이런 일이 발생해 몹시 안타까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사령탑은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이끌 계획이다. 조 수석코치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38번째 감독대행(감독 개인 사정으로 일주일 이내로 자리를 비운 사례는 제외)이 됐다. MBC 시절을 포함해 LG에서는 9번째 감독대행이다.
한편 LG는 이날 김 감독의 사퇴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삼성에 3대 7로 역전패했다. 전날 선수단 전원이 삭발하고도 패했던 최하위 LG는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롯데는 목동구장에서 홈런포 4방을 앞세워 넥센을 10대 2로 꺾고 전날 끝내기 패배를 설욕했다. 전날까지 8연승을 내달리며 팀 창단(2008년) 후 최다 연승 타이를 이뤘던 넥센은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패했다. NC는 이호준과 이종욱의 홈런포를 앞세워 SK를 5대 3으로 눌렀고, 두산은 장단 14안타를 폭발시킨 타선에 힘입어 한화를 9대 6으로 물리쳤다.
이날 프로야구가 열린 4개 구장에는 총 관중 2만4643명이 들어와 역대 세 번째로 빠른 83경기 만에 100만 관중(23일 현재 101만 6109명)을 돌파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