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지침서 펴낸 정강환 교수 “축제 등 문화 활용해 쇠락한 도시 재생해야”

입력 2014-04-24 02:31


“한국은 1970∼90년대 경제발전 차원에서 신도시 개발과 재건축 등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개발을 해 왔지요. 이는 도시 쇠퇴 현상이 가속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제 미술, 음악, 축제, 역사, 문학 등 문화적 소프트웨어와 연계해 쇠락한 도심을 재생시키는 방향으로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축제 전문가로서 30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재생 지침서 ‘축제와 문화재 활용을 통한 도시재생 및 활성화’를 최근 발간한 배재대 정강환(53·관광이벤트경영학과) 교수. 그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축제가 가지는 정책적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와 미네소타대에서 축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98년 시작돼 세계적 축제로 부상한 보령머드축제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 고령대가야체험축제 등 문화유적을 활용한 축제를 처음 개발한 정 교수의 별명은 ‘축제의 미다스 손’이다. 금산인삼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함평나비축제, 김제지평선축제 등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춘 축제들이 그의 컨설팅을 통해 탄생했다. 2007년 세계축제협회(IFEA World) 한국지부장을 맡으면서 보령, 진주 등의 중소도시를 세계적인 축제도시로 키우는 데 일조했다.

“영국 에든버러와 덴마크 프레데릭스하운 등 유럽의 중소도시는 문화유적이나 역사적 인물을 활용한 축제로 도시재생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문화재의 단순한 보존에 머물기보다 축제 등을 통해 문화재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75%에 해당하는 96개 도시가 인구가 줄고 생활환경이 열악해지는 등 도시 쇠퇴 현상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지적한 정 교수는 “이를 방치할 경우 도시민의 삶의 질 저하와 투자 감소 등으로 도시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도시재생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생활환경을 개선시켜 주민복지를 증진시킨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마을 조성 사업을 통해 한국전쟁 때 형성된 달동네를 대표적 문화마을로 탈바꿈한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추억의 7080충장축제’로 도심 활성화를 이끌어낸 광주광역시 동구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도시재생이 재개발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즉각적인 지역 재생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적 관심을 당부했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데 문화를 접목한 지역개발형 축제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으니까요.”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