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못찾은 에어포켓… “혹시 했는데…” 가족들 망연자실

입력 2014-04-24 03:57 수정 2014-04-24 16:31

소조기(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이가 작아져 조류 흐름이 가장 느려지는 시기)가 끝나감에 따라 세월호 수색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수색팀은 승객들이 많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측해 왔던 3, 4층에서 다수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날 하루에만 31구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사망자 수(156명·오후 11시 기준)가 실종자 수(146명)를 넘어섰다. 이날 발견된 시신 중 20구 이상은 안산 단원고 학생으로 추정되고 있다.

범정부합동대책본부는 민·관·군 합동구조팀 잠수사들이 22일 오후 선내 3층에 위치한 식당 진입에 성공,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부유물이 많아 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틀간의 노력 끝에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많은 이들이 머물렀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식당에서는 생존자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색팀은 학생들이 침실로 사용했던 3, 4층 다인실을 집중 수색해 4층 선미 부분에서 다수의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견된 시신의 절반 이상은 4층 객실에 있었다. 4층 선미는 30~50명을 수용하는 대형 객실이 있는 곳이어서 이곳에서 추가 실종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수색팀은 보고 있다.

24일까지가 소조기임에도 물속 상황이 수시로 바뀌어 수색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 23일 오전에는 조류가 빨라지면서 수색작업이 한때 중단됐다가 오후부터 재개됐다. 이날 수색작업에는 함정과 민간 어선 212척, 항공기 34대, 구조대원 550여명이 투입됐다.

구조팀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격조종 무인잠수정(ROV)과 무인탐사 ‘게 로봇(크랩스터)’ 등의 장비를 철수시켰다. 대신 다관절 해저로봇과 영상음파탐지기 등을 투입해 구조작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장비와 수단을 총동원해 마지막까지 수색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특히 25일 진도에 비가 오고 파도까지 높아질 것이란 기상 예보가 나옴에 따라 일단 24일까지 수색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지금이 수색하기 가장 좋은 기상 상황이기 때문에 3, 4층 구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집중 수색을 벌인 뒤 기상 상태에 따라 수색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까지의 수색작업에서 선내 ‘에어포켓(공기주머니)’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본부 고명석 대변인은 “3층과 4층의 다인실을 집중 수색했지만 배 안에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에어포켓)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신 유실을 피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대책본부는 해상에 해경과 해군 함정 외에 저인망 어선 등을 외곽에 배치, 시신 유실 가능성에 대비했다.

이날 20구 이상의 학생 시신이 발견되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기다렸던 부모들의 마음도 타들어갔다. 시신 인양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부모들은 마음을 졸이며 신원확인 부스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천막 너머에서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한 부모의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고 새어나왔다.

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어섰지만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들은 밤새 덮고 있던 담요를 몸에 두른 채 자녀들의 생환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고 발생 당시 집계됐던 실종자의 절반 이상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팽목항에는 간이 영안실이 설치됐다. 시신을 확인한 가족들은 이곳 임시 영안실에서 시신 검안을 한 뒤 안산으로 이동,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영안실에서 장례를 치르게 된다. 시신 검안·검시를 위해 검사 2명과 검안의사 11명도 배치됐다.

대책본부는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될 경우 가족들이 원하면 군 수송기로 이송키로 했다.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나면서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질 것에 대비, 시신 상태를 보존하기 위해 신속한 수습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진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