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모규엽] 세월호에 국민 이목 쏠린 틈 노렸나… 정부, 민감 사안 잇단 ‘물타기 발표’
입력 2014-04-24 03:02
수많은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고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정부 일부 부처에서 사회적·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슬그머니 발표해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예고에 없던 건강보험료 연말정산 자료를 발표했다. 주 내용은 직장인의 60%가 평균 12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매년 이뤄지는 건보료 정산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복지부는 출입기자들에게 사전 설명을 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설명은커녕 예고도 없이 자료를 배포했다. 출입기자들이 자료 배포 시점을 협의하자고 했지만 복지부는 발표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국방부도 22일 대국민 사이버 심리전을 더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사이버사령관을 준장급에서 소장급으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사이버사령부는 올 초 정치댓글과 대선개입 의혹으로 시끄러웠던 곳이다. 특히 전 사이버사령관이었던 연제욱 청와대 비서관이 대선개입 의혹으로 경질된 마당에 사이버사 수장의 계급을 높인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통일부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방북을 지난 20일 승인했다. 18일 최 사장의 방북 승인 소문이 알려졌을 당시 “여전히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발을 뺐지만 이틀 만에 슬그머니 승인 사실을 발표했다. 코레일은 정부의 국책사업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연관된 기업이다.
해당 부처들은 예정된 발표였을 뿐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통일부는 “평양에서 개최되는 국제철도협력기구 사장단 회의가 24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코레일 사장의 방북을 이때 승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각 부처의 해명은 석연찮다. 이들 모두가 휘발성 강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건보료 연말정산 발표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상당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고, 사이버사령관 계급 격상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코레일 사장의 방북은 정부의 5·24대북제재조치 완화 여부와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온 국민의 시선이 세월호로 쏠린 것을 틈타 민감한 사안을 슬그머니 처리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오해 살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설령 해명이 사실이더라도 이런 민감한 내용을 발표한 부처들은 갓끈을 고쳐 매도 너무 티 나게 고쳐 맸다. 이런 행동은 국민들의 불신과 냉소만 자아낼 뿐이다.
모규엽 정치부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