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정조준’ 비자금 의심 계좌 수십 개 찾아내
입력 2014-04-24 03:31
세월호 실소유주의 경영비리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자택과 계열사, 관련 종교시설 사무실 등 10여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측근 등이 관리하던 비자금 의심 계좌 수십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오전 9시쯤 검사와 수사관 50여명을 투입해 유 전 회장 일가의 서울 서초구 자택, 청해진해운 및 ㈜다판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회장 가족과 계열사 고위 임원들은 서초구 염곡동 일대 고급 주택단지에 이른바 ‘세모타운’을 형성해 집단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용산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건물 내 사무실과 경기도 안성의 종교시설 금수원도 압수수색에 포함됐다. 관련 영장에는 횡령과 배임, 탈세,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이 적시됐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선사 자금을 선박 안전·관리 등이 아닌 사적 용도에 쓴 것이 세월호 침몰의 배경이 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측근과 계열사 임원 등의 2000만원 이상 현금 거래 계좌 40여개를 확보하고 이를 통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회장 일가가 설립한 S컨설팅사가 관계사들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을 지원받은 단서를 잡고 비자금 조성 통로로 활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가 규정을 넘어서는 화물을 적재했으며, 화물 결박 상태 역시 부실했던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합수부는 지난 18일 화물 선적을 담당한 W통운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과적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를 소환 조사했다. 합수부 관계자는 “적재된 화물량이 규정치를 넘었고 결박 부분도 엉성하게 처리됐다. 감시·관리를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 당시 세월호 갑판에 3m 높이의 대형 컨테이너 60여개가 쌓여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부는 이와 함께 유기치사 및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세월호 조기수 이모(55)씨, 박모(58)씨, 기관사 이모(25·여)씨와 손모(58)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려 해운·항만업계의 고질적 부조리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팀은 일차로 선박의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한국선급과 해운업계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국선급의 임원 자리를 줄곧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들이 차지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지난해 세월호 도입 당시 증축에 대해 정상 통과시켰고, 지난 2월 정기검사에서도 200여개 항목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인천 연안부두와 부산, 포항, 제주 등 전국 주요 여객항만에 대한 합동 안전점검을 벌였다.
지호일 기자, 목포=문동성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