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해상 충돌 방지” 美·中·日 등 25개국 해군 ‘조우 규칙’ 채택
입력 2014-04-24 02:43
미국, 일본, 중국 해군이 아시아 태평양 해역에서 우발적인 해상 충돌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 등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으로 인해 주변국들 사이에 군사적 충돌 우려가 높아지던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22일 열린 ‘제14회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에 참가한 미·일·중 3개국을 비롯한 한국 필리핀 등 25개국 해군은 ‘우발적인 해상 조우 규칙’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홍콩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에게 애도도 표시했다.
이 규칙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번 심포지엄에 참가한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 회원국 21개국과 4개 옵서버 국가가 모두 준수하기로 했다.
규칙의 핵심 내용은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 회원국 군함이 해상에서 우연히 다른 회원국 함정과 마주쳤을 때 사격통제 레이더로 상대 함정의 무기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베이징 군사 소식통은 “레이더로 상대 함정의 무기를 추적하는 것은 사격 직전에 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중국 함선은 지난해 1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사격통제 레이더로 계속 추적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다.
규칙은 또 관련국 해군 함정이 우발적으로 만났을 때 서로 원활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예컨대 알파(A)는 주변 해상에 잠수부가 있음을, 브라보(B)는 함정이 무기 훈련을 실시하고 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관 우성리(吳勝利) 상장(대장)은 “이 규칙은 오해와 오판을 줄이고 소통을 증진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은 10여년 전 호주가 이 규칙을 처음 제시했을 때 반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주변국들이 중국의 영토 야욕에 대해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중국이 이 규칙을 수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