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회장, 보상 문제 등 다 내려놓은 상태”
입력 2014-04-24 03:38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종료된 후 두 아들(대균·혁기)과 함께 사과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의 측근은 “실종자가 아직 많고, 검찰이 수사하는 상황이라서 당장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며 “실종자 수색이 완료되면 회장님과 자제 분들이 일률적인 사과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부실 운영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는 질문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정상적으로 운영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천해지(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의 경우 선박 관련 업계에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라고 주장했다. 측근은 보상 문제와 관련, “지금 보상 문제를 꺼내면 더 상처를 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회장님은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다 내려놓으신 상태다. 확고한 것은 도의적 책임을 끝까지 부담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이 ‘아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로 활동한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측근은 “우리나라에서 아해라는 예명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그 그림이나 사진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프랑스) 루브르 관장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1961년 장인 고(故) 권신찬 목사와 함께 대구지역에서 종교활동을 시작해 1981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를 창설했다. 구원파는 대한예수교장로회로부터 이단으로 지목됐지만 현재까지도 상당수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은 1976년 삼우트레이딩을 인수한 뒤 이를 기반으로 세모그룹을 성장시켰다. 세모그룹은 5~6공화국 시절 세모유람선과 세모케미칼 등 9개 자회사를 둔 중견그룹이 됐고, 1986년에는 한강 유람선 사업권을 따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유 전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씨와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종교인이자 기업인이었던 유 전 회장은 1987년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수사 결과 오대양교의 창시자인 박순자씨는 과거 열성적인 구원파 신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 전 회장이 집단 자살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1987년과 1991년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유 전 회장은 종교적 지위를 이용해 1982~1987년 침례회 신도들로부터 돈을 끌어다 쓴 사기 혐의로 1992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세모그룹은 경영 악화로 1997년 최종부도 처리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