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세월호 과적 뒤엔 경영난 ‘W통운’ 있었다?

입력 2014-04-24 03:14


실적에 급급한 청해진해운의 과적(過積)이 화를 불렀다는 비판이 많은 가운데 청해진해운과 활발한 거래를 지속해 온 인천항의 한 물류회사가 눈에 띈다. 청해진해운의 선적·하역을 전담해 온 이 회사는 세월호 사고 직전에는 면허 없이 화물 고정 작업(고박)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1998년부터 청해진해운과 거래한 이 회사의 매출은 2011년까지 하락했다가 세월호가 매입된 시점부터 신장했고, 청해진해운을 통한 매출액 비중은 급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항 부실 과정은 물론 해운업계의 비리 전반을 겨냥한 사정당국은 이미 이 회사를 압수수색한 상태다. 참사의 배경에는 경기민감업종의 무리한 실적 회복 노력이 있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W통운은 청해진해운을 통한 매출의 비중이 해마다 크게 상승했다. W통운은 청해진해운이 보유한 세월호·오하마나호를 활용, 인천항에서 제주도까지 차량 등을 운송한다. 이 회사의 매출액에서 청해진해운 관련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9.77%였지만 2012년 13.88%까지 늘었다. 세월호가 인천∼제주 노선에 투입된 지난해에는 18.16%로 크게 뛰어올랐다.

W통운의 매출액은 2009년 284억원에서 2011년 248억원으로 하락했다가, 2012년부터 다시 상승해 지난해에는 279억원까지 회복됐다. 여러 거래처 가운데 청해진해운을 통한 수입이 매출액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을 줬다. W통운의 매출액이 상승 반전한 시점은 청해진해운의 매출 중 화물 운송비가 여객 운송비를 추월한 때와 일치한다. 청해진해운은 2009년부터 돈이 안 되는 여객 운송은 줄이면서 운임이 높은 화물에 집중했고, 그 결과 2011년 화물부문 매출이 여객운송보다 많아졌다. 이러한 경영 방침이 무리한 화물 적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W통운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해운업의 불황을 피하지 못해 당기순이익 규모는 급감했다. 2012년 13억7064만원을 벌었지만 지난해 1억5079만원만을 남겨 이익이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사업 확장 결과도 신통찮은 편이었다. W통운이 2002년 중국 항무국과 협력해 세운 관계회사 B훼리는 2011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세월호 사고 당일, 고박 면허가 없는 W통운이 면허를 임대해 선적 화물을 직접 고정한 것도 결국 비용 문제였다. W통운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에서 고박 대가로 27만원을 받는데, 우리와 계약한 고박 업체는 176만390원을 요구해 갑의 횡포가 심했다”고 말했다. 과적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는 청해진해운과 달리 수사당국의 발표 전에 이미 물류 목록을 오픈했다”고 말했다. 한편 청해진해운의 관련기업 트라이곤코리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에서 2011년 말 현재 281억원을 장기 차입한 상태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대균(20.0%)씨다. 청해진해운의 지주사 아이원아이홀딩스(10.3%)가 주요 주주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