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LG 사라진 ‘신바람 야구’ 김기태 감독마저 삭발?

입력 2014-04-24 02:09

김기태 감독의 ‘신바람 야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LG는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수들이 모두 머리카락을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르고 나타났다. 주장 이진영부터 고졸 루키 임지섭까지 단 한명도 예외가 없었다.

LG는 전날까지 4승1무12패(승률 0.250)로 9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다. 이번 시즌 5차례 연장전을 치렀는데 1무4패에 그쳤다. 지난 주말에는 만만한 상대로 여겼던 한화에 2경기 연속 1점차 패배를 당했다. 20일 경기에서는 벤치클리어링까지 하는 치열한 접전 끝에 8대 9로 패했다. LG는 삼성전에서 삭발 효과를 노렸지만 1대 8로 두들겨 맞고 3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프로야구에서 삭발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삭발 효과를 톡톡히 본 이는 김영덕 전 빙그레 감독이다. 1991년 빙그레는 한국시리즈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로 전력이 탄탄했지만 시즌 초반 8연패로 좌초 위기에 빠졌다. 감독 교체 여론이 들끓었다. 팀 분위기를 되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그는 삭발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주장이었던 유승안(경찰 야구단 감독)은 다음날 아예 머리를 박박 밀었다. 선수들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삭발 투혼 때문인지 빙그레는 8연패 후 4연승과 6연승을 올리는 무서운 응집력을 보이며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한화도 지난해 개막전부터 9연패를 당한 후 삭발을 했다. 하지만 삭발 후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3연패를 당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오치아이 주니치 전 감독이 삭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치아이는 2007년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삭발투혼으로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기태 감독은 LG 수석코치 시절인 2011년 8월 삭발을 하고 나타나 연패를 끊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더 늦기 전에 삭발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