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속옷·핫팩 ‘세심한 지원’ 얼어붙은 마음 녹였다… 교계 봉사활동 현장

입력 2014-04-23 17:47 수정 2014-04-24 03:22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봉사 중인 기독교계가 실종자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을 세심하게 지원하고 있다.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소속 봉사자들이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천막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트레이닝복과 물품 박스를 전달했다. 상당수 가족들은 “갈아입을 옷이 없어 불편했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장 조현삼(광염교회) 목사는 “참사 소식을 접하고 경황없이 내려온 가족들이 현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지품을 보관할 곳과 갈아입을 옷이 없어 불편했다”며 “그동안 가족들과 접촉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찾아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전날 밤 트레이닝복 800장과 65ℓ짜리 플라스틱 물품 박스 900개를 비롯해 여성용 의료 온열기 50대를 2.5t 트럭 2대에 싣고 서울에서 출발해 다음날 새벽 도착했다.

봉사단원들은 파란색 점퍼 차림이나 명찰을 소지한 실종자 가족 위주로 물품을 전달했다. 특히 30만원 상당의 온열기는 가족 중에서도 여성에게만 전달했다. 봉사단은 주변을 오가는 여성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추운데 어떻게 지내시냐”고 물은 뒤 추위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손에 온열기를 전달해주었다. 김모(22·여·경기도 용인시)씨는 “동생이 단원고에 다니다 사고를 당했다”며 “답답하고 추운 날이 계속됐는데 이런 물품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팽목항에서 22㎞ 떨어진 진도실내체육관 바깥에 설치된 진도군교회연합회 천막도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붐빈다. 천막에는 음료와 빵, 과자를 비롯해 14가지 생필품이 마련돼 있다. 이는 다른 단체 부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품목으로, 속옷 수건 양말 면도기 치약 칫솔 물티슈 면티셔츠 챙모자 핫팩 등을 갖췄다. 챙모자 등은 가족들의 요청으로 발 빠르게 준비한 것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자원봉사자 임숙자(53·여) 집사는 “밤에는 진도군교회연합회 천막만 불을 밝히고 있어 가족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슬픔 중에도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진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