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식 홍보 애니 ‘김치 워리어’ ‘한식 안티’나 안 생기면 다행
입력 2014-04-24 03:03
[친절한 쿡기자] ‘김치 워리어(Kimchi Warrior)’를 아시나요? 주인공 ‘김치 전사’가 김치의 효능으로 말라리아, 돼지독감 바이러스 등을 물리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입니다.
2010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주해 정식 입찰과정을 거쳐 세금 1억5000만원이 제작지원금으로 투입된 작품입니다. ‘김치 워리어’는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웹 콘텐츠 시상식 ‘웹 페스트’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화제가 됐죠.
그런데 이 ‘김치 워리어’가 23일 우리나라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발단은 작품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지도였습니다. 놀랍게도 여기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거든요. 러시아 지도를 바탕으로 그려졌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Японское море(이폰스코예 모레)’, 즉 ‘일본해’라는 글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던 ‘김치 워리어’가 혈세로 일본해를 홍보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쏟아졌고, 이 내용은 순식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졌습니다.
네티즌들이 관심을 갖고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하면서 내용과 영상의 조악함도 지적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형편없는 영상, 2000년 묵은 김치 냄새로 적을 물리치는 내용이 외국인에게는 김치에 대한 나쁜 인상만 심어준다는 것입니다.
2010년 aT가 공시한 ‘김치 워리어’ 입찰 요청서에는 ‘세계 시장 및 국내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홍보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김치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세계화한다’라고 제작 목적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작품에서 김치의 우수성은 좀처럼 발견하긴 어렵습니다.
더욱이 네티즌들은 ‘김치 워리어’가 3관왕을 차지한 ‘LA 웹 페스트’의 문제점도 찾아냈습니다. 참가작 251편 모두 최소 1개 이상의 상을 받았으며, 3개 이상의 상을 받은 작품은 12편이 넘었다고 하네요. ‘세계적인 시상식’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네티즌들의 의견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김치 워리어’를 만든 강영모 감독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는 하지 못했습니다.
비판 여론은 정부의 김치 마케팅에까지 이어졌습니다. 한국 하면 김치밖에 생각해내지 못하는 1차원적인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겁니다. ‘강림도령’ 설화와 염라대왕 등 고유의 민간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고스트 메신저’(2010)는 우수한 영상미와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방송국의 외면으로 TV상영이 무산됐습니다. 30분짜리 1편만 DVD로 판매해 제작비의 절반만 겨우 회수했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에 2592억원 규모의 육성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김치 워리어다.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이런 주먹구구식 투자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사기만 저하시킬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