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건식] 한국의 문화리더, 태권도
입력 2014-04-24 02:36
세계 태권도인들의 성지가 될 태권도원이 24일 전북 무주에서 개원식을 갖는다. 태권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태권도원에 많은 국가예산을 들였다는 것에 의아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태권도는 광복 이후 민간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선두 역할을 했고, 지금은 206개국에 보급돼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어 태권도원의 개원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서 세계인의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으며, 올림픽에서 일본의 유도와 함께 유일한 동양의 종목이기도 하다.
태권도는 1950년대 유학생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해 정부 파견사범 그리고 한국국제협력단과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이 해외로 사범을 내보내 세계화가 이뤄졌다. 또한 정부는 한글, 아리랑과 함께 3대 브랜드로 선정해 한류 확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다수 태권도인들은 미래지향적인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태권도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정부의 역량과 의지에 신뢰를 지니고 태권도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태권도는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서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양적 성장을 토대로 태권도 문화 및 정신적 토대의 확충과 같은 향후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기반조성사업 등을 통해 질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태권도계가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 ‘태권도만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동안 태권도계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국내 태권도계는 태권도만을 고집해 왔다. 그리고 태권도가 세계화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왔다. 태권도에 부족한 것은 다른 종목에서도 찾을 수 있고, 한국의 또 다른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태권도 발전은 한국문화의 특성을 토대로 동서양 문화 교류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개방의 다원적인 세계 문화와 스포츠 세계에서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태권도의 스포츠화는 경기 규칙에 지배돼 앞으로 태권도가 지닌 독창적인 문화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문화적 보존의 가치가 있는 태권도의 모습이 사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태권도는 우리 문화 속에서 만들어져 전통문화의 영향에 의해 발전했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문화 규범을 보존하고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태권도는 무예로서 그 형식과 문명화 과정을 거친 행동양식이라는 점에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더욱 가치가 있다.
2001년부터 유네스코가 소멸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 보존과 재생을 위해 구전(口傳) 및 무형유산을 확인·보호·증진할 목적으로 선정한, 가치 있고 독창적인 구전 및 무형유산 보존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2010년부터 무예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택견이 2012년에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 각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창조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갖는 무예에 대한 보존과 재생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세계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 그 가치를 생활에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화와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한 세계적인 지원과 육성 노력이 활발하다. 이러한 시점에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태권도도 중요하지만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회원국을 정신적·문화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권위와 위신을 지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기원과 태권도원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허건식 소마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