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신 바뀌고 장례식장 없어 두 번 우는 유족들
입력 2014-04-24 02:21
생때같은 자식들을 졸지에 잃은 것도 억울한데 세월호에서 수습한 시신이 바뀌거나 장례식장이 없어 유족들이 두 번, 세 번 가슴을 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심모군 시신은 21일 새벽 이모군으로 신원이 잘못 파악돼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이군의 이름으로 차려진 빈소에는 이군의 유족과 친척, 선후배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만 하루가 훨씬 지난 22일 오전 10시쯤 DNA 검사 결과 유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판정이 나와 시신이 바뀐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시신이 뒤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일에도 허술한 신원 확인 때문에 신원 미상의 시신이 목포와 안산을 오가는 일이 벌어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남의 자식 시신을 놓고 장례를 치르던 가족이나 자기 자식을 다른 사람 빈소에 안치시켰던 부모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는 일이다. 도대체 이 정부는 언제까지 우왕좌왕할 셈인가.
정부는 지난 일주일 동안 시신 확인 방법을 세 차례나 바꿨다. 유족들 입에서 “우리를 상대로 행정실습을 하느냐”는 항의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처음에 얼굴만 확인하고 유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가 시신이 바뀌는 사고가 일어나자 22일 밤엔 유족과 고인의 DNA를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병원에서 각각 한 번씩, 세 번 채취하고도 한밤중에 유족들에게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오라고 했다고 한다. 시신은 4∼5시간씩 구급차에서 대기해야 했다. 시신 확인을 위해 서류가 필요하다면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왜 진작 안내하지 않았는지 답답하다.
목포에서 장례식장 예약을 확인하고 5시간 넘게 달려 안산 장례식장에 도착했지만 자리가 없어 장시간 기다리거나 다른 곳으로 시신을 옮기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보도다. 세월호에는 476명이 탑승했지만 174명만이 구조됐다. 처음부터 수많은 시신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장례는 어떻게 치를 것인지 치밀한 대응이 필요했었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 대응은 미숙하기 짝이 없다. 눈앞에서 배가 침몰하는데도 수많은 인명을 구조하지 못한 초동 대처도 문제였지만 수습 과정은 더 한심하다. 탑승객과 구조자 숫자를 몇 번씩 바꾸었고, 사망자를 구조자 명단에 올려 피해자 아버지가 진도의 하수구까지 자식을 찾아 헤매게 만들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야간 조명탄을 쏘아올리고, 시신 유실방지를 위한 그물망을 설치한 것도 가족들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다. 오죽했으면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몰려가겠다고 나섰겠는가.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실종자 수색과 함께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를 보듬는 일이다. 피해자 가족들을 다시 울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