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머구리의 악전고투
입력 2014-04-24 02:43
‘머구리’란 선박에 산소공급 장치를 둔 채 에어호스가 연결된 헬멧을 착용하고 일하는 민간 잠수사를 지칭한다. 산소통을 메고 물에 들어가는 일반 잠수사와 구분해서 부르는 말이다. 30∼40m 깊이에서 1시간 정도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살이 셀 경우 호스가 구명줄 역할을 하며, 호스 길이가 100∼150m나 돼 이동이 자유로운 것도 강점이다. 가슴팍에 자동차 전조등 비슷한 서치라이트를 달기 때문에 시야 확보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뜻의 머구리는 우리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 사전에는 개구리의 옛말, 혹은 개구리의 함경도 방언이라고 돼 있다. 선사시대 사람이 물속에서 고기를 잡을 때 개구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말이 생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수달(水獺)의 옛말이 ‘멍울’이란 사실도 머구리 어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머구리가 일본어 잔재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일본어로 ‘잠수하다’라는 동사 潛る(もぐる·모구루)에서 변형된 말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잠수를 전문으로 하는 남자를 머구리라 불렀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머구리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해삼 전복 등 해산물 채취가 생업인 이들은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동안 해양경찰을 조금씩 돕는 수준이었으나 23일부터는 실종자 수색을 주도하게 됐다. 해경은 2200t급 대형 바지선을 띄워 50여명의 머구리를 침몰 선체 안팎에 동시다발로 투입하고 있다. 머구리들의 시신 수습 기여도는 매우 크다.
실종자 수색을 머구리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기대를 모았던 원격조종 무인잠수정(ROV)과 무인탐사로봇(크랩스터)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했기 때문이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하는 수 없이 비록 재래식 장비를 갖췄지만 잠수 경험이 풍부한 머구리를 택했다. 이들은 국가재난 극복에 앞장선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잠수병을 호소하는 머구리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잠수 활동을 무리해서 하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을 경우 호흡곤란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악전고투가 불가피하겠지만 해경은 이들의 안전과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다. 4년 전 천안함 수색 중에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비극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