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구조된 선원들 중 단 한명도 승객 구하려 하지 않았다
입력 2014-04-23 04:17
검·경 합동수사본부, 전방위 수사
이준석(69) 선장을 비롯해 세월호에서 탈출한 선원 15명 중 누구도 승객을 구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선원들이 구한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승객들이 선실에 대기하던 오전 9시38분쯤 가장 빨리 세월호를 탈출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22일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당시 선원들은 크게 두 무리로 나뉘어 구출됐다. 선장 이씨를 비롯한 선원 몇 명은 5층 조타실 부근, 기관장 박모(54)씨를 포함한 기관실 선원 7명은 3층 난간에서 구조됐다. 조타실과 3층 난간은 당시 가장 구조가 쉬웠던 장소였다.
승객 구조는 선원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들은 구조된 16일 오전 9시38분(추정)까지 승객에 대한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등이 구조를 기다리던 5층 조타실 왼편에는 25인승 구명벌 14개가 있었지만 선원들은 이를 펼치지 않았다. 구명벌을 펼친 것은 구조를 위해 도착한 해경 대원이었다. 합수부 관계자는 “선원들은 경비정이 다가오는 동안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선원들은 합수부 조사에서 “해양경찰이 왔으니까 그 사람들이 구해 줄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원들은 ‘탈출 전에 구조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1등 항해사 강모(42)씨 등 선원 4명은 이날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와 “경비정이 도착했을 때 승객 퇴선 명령을 받아 무전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2등 항해사 김모(47)씨는 “구조 전에 라이프레프트(구명벌)에 접근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렇게 못했다”며 “퇴선한 뒤 해경 구조정에 탑승해 구조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목포지원 박종환 영장전담판사는 강씨와 김씨, 1등 항해사 신모(34)씨, 기관장 박씨 등 4명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씨 등에게는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로써 구속된 선원은 모두 7명이 됐다.
합수부는 세월호 침몰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기관으로 수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낡은 세월호를 들여오는 과정부터 점검·관리 부실, 사고 대응 미숙 등이 이번 참사에 복합적으로 작용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합수부는 이날 세월호 증축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증축이 세월호 안정성에 끼친 영향 등을 조사했다. 지난해 3월 세월호에 해양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해준 해양항만청과 특별점검을 실시한 인천해양경찰도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수 기자, 목포=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